
구치소에 구속된 피고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변호사님, 제 얘기를 판사님이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사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피고인에게는 유죄와 무죄, 형량을 다투는 일만큼이나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갖는 일이 절실하다.
재판은 공소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나 기록에 적힌 내용만으로 사건의 경위와 당사자의 사정이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실이 빠져 있기도 하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수사기관과 피고인의 설명이 달라지기도 한다.
변호인의 역할은 그 차이를 확인하고, 판단에 필요한 사실과 근거를 법정에 전달하는 데 있다.
판사는 여러 사건의 기록을 검토한다.
죄명이 같고 범행 방식이 비슷하더라도 각각의 사건에서 확인해야 할 사실은 다르다.
따라서 변론에서는 무엇이 다퉈지고 있으며, 어떤 증거를 더 살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설명의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주장과 근거가 얼마나 정확하게 연결되는가다.
“억울합니다”, “진심입니다”라는 말에는 당사자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다만 그 말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공소장에 적힌 시각에 피고인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카드 결제 내역, 사건 이후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문자처럼 구체적인 자료가 함께 제시돼야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다.
물론 자료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며, 작성 시점과 앞뒤 맥락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일종의 번역을 맡는다. 피고인이 하고 싶은 말과 법원이 판단을 위해 확인해야 하는 내용은 같은 사실을 두고도 표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은 “정말 갚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를 법정에서 설명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의 소득과 재산, 채무 상황, 변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후 일부를 갚았다는 사실도 전체 경위 속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의 마음을 전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설명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자료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양형에 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반성하고 있다”는 문장을 반복하기보다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편이 도움이 된다.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반성은 피고인의 말뿐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사자의 감정이나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 과정에서 느낀 두려움, 체포 당시의 상황,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답답함도 변호인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 절차의 적법성이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있을 수 있다. 변호인은 이를 듣고 법적으로 다퉈야 할 내용과 사건의 배경으로 설명할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서면 역시 이러한 정리의 결과다.
앞부분에서 다투는 사실과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뒤에서 자료와 법리를 충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라면 검사의 증명이 충분한지 살피고,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범행의 경위와 피해회복 노력 등 양형에 필요한 사정을 전달한다.
어느 경우든 불리한 사실을 감추거나 유리한 자료만으로 전체 경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부끄럽거나 불리해 보이는 사실, 재판과 관계없다고 생각한 내용도 상담 과정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변호인이 전체 경위를 알아야 예상되는 질문에 대비하고,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며, 잘못 전달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다.
불리한 사정이라도 맥락을 확인하면 그 의미를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최후진술도 자신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는 중요한 기회다. 준비한 문장을 모두 읽는 데 집중하기보다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그 이유를, 잘못을 인정한다면 피해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실천을 본인의 언어로 전할 수 있다.
변호는 법원이 충분한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의 권리와 재판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한 사람을 위한 조력인 동시에 공정한 재판을 뒷받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충분한 설명이 반드시 무죄나 감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결론에 이르더라도 당사자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필요한 사실이 충실히 확인되는 과정은 중요하다.
접견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법정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실과 근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그 책임이 변호인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