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민국 교정사②] 가슴에 달던 모범수 ‘상표’에서 처우등급으로…재범 막는 사회복귀 준비

1956년 행장심사·1957년 상우제도 마련
상표 2개 받으면 별도 거실·비품 허용
1969년 누진처우 도입…옛 규정 폐지
현재는 생활태도·위험성 따라 등급 조정

 

수형자가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정의 역할이다.

 

교도소 안에서 규율을 지키도록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작업 등을 통해 스스로 생활을 바꾸고 출소 이후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교정시설은 수형자의 생활태도와 교육·작업 성적, 도주 위험성 등을 살펴 처우등급을 정한다.

 

이후 수용생활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따라 등급을 조정하며, 등급별로 접견과 전화통화, 자치생활 등의 처우를 달리한다. 수용생활 중의 노력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제도다.


생활성적에 따라 처우 완화…1956년 행장심사 마련


수형자의 개선 정도에 따라 처우를 완화하는 방식은 정부 수립 이전부터 존재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는 수형자를 4급부터 1급까지 나누고, 각 계급에서 정해진 책임점수를 채우면 상위 계급으로 올리는 누진처우가 실시됐다.

 

미군정기에는 규율 준수와 작업성적, 선행 등 자신의 노력에 따라 형기를 단축하는 선시제도가 도입됐다. 다만 ‘대한민국 교정사’는 당시 불안정한 수용 환경과 운영상의 문제로 이 제도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 수립 이후에는 1956년 10월 29일 ‘행장심사규정’이 제정됐다.

 

수형자를 획일적으로 처우하지 않고, 뉘우침과 개선 정도에 따라 처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행장은 수형자의 품행과 생활태도를 뜻한다.

 

수형자는 5급부터 시작해 심사를 거쳐 상위 등급으로 올라갔다. 심사는 정기심사와 형기 3분의 1 심사, 석방심사, 특별심사로 구분됐다.

 

정기심사는 형기가 1년 미만이면 3개월마다, 1년 이상이면 6개월마다 실시했다.

 

형기의 3분의 1이 지났을 때와 석방일을 한 달 앞둔 때에도 심사했다. 가장 높은 등급으로 올리거나 가석방 조건을 갖춘 경우에는 특별심사를 진행했다.


1957년 모범수 우대제도…가슴에 상표 달아


이듬해인 1957년 9월 23일에는 ‘수형자상우규정’이 제정·시행됐다. 상우제도는 생활태도가 양호하고 다른 수형자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에게 포상과 처우상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행장계급이 2급 이상이고 뉘우침과 개선 정도가 뚜렷한 수형자에게는 상표와 증서를 수여했다. 상표는 녹색 무궁화잎을 새긴 표로, 옷의 왼쪽 가슴에 달았다.

 

상표를 2개 이상 받은 수형자는 다른 수형자와 거실을 달리할 수 있었다. 해당 거실에는 그림틀과 책상, 거울, 화병 등 특별한 비품을 둘 수 있었으며, 작업상여금 증액과 가석방 등 처우상의 혜택도 부여하도록 했다.

 

다만 상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선고받은 형기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상우제도는 포상과 처우상의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형기를 단축했던 미군정기의 선시제도와는 구분된다.

 

그러나 행장·상우제도는 품행과 뉘우침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이 부족하고 측정 방식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1969년 누진처우로 개편…분류처우 체계로 발전


1969년 6월 14일부터 ‘교정누진처우규정’이 시행되면서 기존 행장심사규정과 수형자상우규정은 폐지됐다.

 

누진처우는 수형자의 생활성적과 개선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처우를 완화하는 방식이었다. 상표를 통한 포상과 우대 대신 등급과 심사 기준에 따라 처우를 달리하는 체계로 정비됐다.

 

1991년에는 ‘교정누진처우규정’의 명칭이 ‘수형자분류처우규칙’으로 변경됐다.

 

당시 개정에서는 수형자의 분류급과 누진계급, 죄질에 따라 시설을 구분해 수용하고 단계적인 처우를 실시하도록 했다. 명칭이 바뀐 뒤에도 누진계급에 따른 처우는 이어졌다.

 

2008년 12월 22일에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수형자분류처우규칙이 폐지됐다. 분류심사와 수형자 처우에 관한 사항은 새로운 법령 체계로 정비됐다.

 


현재는 개인별 분류심사…생활태도 따라 등급 조정


현재 수형자의 처우등급은 기본수용급과 경비처우급, 개별처우급으로 구분된다.

 

기본수용급은 성별과 국적, 나이, 형기 등에 따라 수용할 시설과 구획을 나누는 기준이다.

 

경비처우급은 도주 위험성과 범죄성향의 개선 정도, 교정성적 등을 고려해 시설과 계호 수준, 처우 범위를 정한다. 개별처우급은 수형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중점적으로 실시할 처우를 구분한다.

 

S1부터 S4까지로 표시하는 등급은 경비처우급이다. S1은 개방처우급, S2는 완화경비처우급, S3는 일반경비처우급, S4는 중경비처우급을 뜻한다.

 

경비처우급은 범죄동기와 형기, 재범기간, 범법행위 건수, 개선 가능성 등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분류지표를 바탕으로 판정하고, 교정시설의 분류처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분류심사에서는 성장과정과 학력, 직업경력, 생활환경, 정신상태, 범죄경력과 범죄내용, 출소 후 생활계획 등을 조사·평가한다.

 

이후 수용생활 태도와 작업·교육 성적 등에 따라 재심사와 분류처우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급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처우 개선에서 형기 단축으로…선시제도 도입 의견도


교정학계에서는 수형자의 개선 노력을 처우상의 혜택뿐 아니라 형기 단축으로 연결하는 선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과거 행장·상우제도에서도 평가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도입에 앞서 교육·작업 성적과 재활 성과 등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형기 단축의 범위를 정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박병선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오산대 겸임교수)은 “선시제도는 수형자의 규율 준수와 교육·작업·치료 참여, 피해회복 노력을 교정성과에 반영해 수용질서를 안정시키고 사회복귀 준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이 과밀한 상황에서도 단순히 수용인원을 줄이는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재범위험성이 줄고 사회복귀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수형자에 한해 신중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