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구제신청 10건 중 1건만 인정…5인 미만은 절반 넘게 각하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8만2617건 접수
각하 1700건 중 54.1%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해고된 뒤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더라도 부당해고로 인정된 사건은 전체 처리 사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간한 ‘해고 10계명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사건은 모두 8만2617건이다.

 

처리 결과는 인정 6509건(9.5%), 기각 1만5102건(22.1%), 각하 1700건(2.5%), 화해 2만1611건(31.6%), 취하 2만3387건(34.2%)이었다.

 

각하 사건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1700건 가운데 919건(54.1%)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제한하는 규정과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 절차는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상시근로자 수는 특정 날짜에 출근한 인원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의 근무일수와 교대 방식, 실제 업무 형태 등을 토대로 산정한다. 명의상 회사가 나뉘어 있어도 경영과 인사·노무 관리가 사실상 하나로 운영됐다면 하나의 사업으로 판단될 수 있다.


사업장 규모부터 해고 사유·증거까지 따져


실제 2022년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판단한 한 사건에서는 상시근로자 수가 평균 4.7명이었지만 산정 기간 중 5명 이상이 근무한 날이 16일에 달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됐다.

 

사용자는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했고, 해고통지서에도 구체적인 사유가 기재되지 않아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음식점에서 일용근로자와 다른 사업장에서 급여를 받던 점장을 상시근로자에 포함할 수 있는지를 다툰 사건에서도 법원은 명목상 고용관계가 아닌 실제 근무 형태를 살폈다.

 

그 결과 이들을 포함해 상시근로자 수를 5.27명으로 산정했다.

 

반대로 사업장 규모가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부당해고가 성립하지 않는다.

 

2015년 택시회사가 영업을 종료하고 청산하면서 근로자들을 해고한 사건에서는 법원이 실제 폐업과 청산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부당해고 사건에서 상시근로자 수뿐 아니라 근로관계 종료가 실제 해고에 해당하는지, 해고 사유가 존재하는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했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

 

사업주가 해고를 직접 통보하는 대신 사직을 요구하거나 퇴사를 압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해고 관련 제보 207건 가운데 ‘사직강요·퇴사유도형’은 115건으로 55.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폭언과 인신공격,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퇴사를 압박했다는 사례는 74건(35.7%)이었다.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구두·즉시해고형’은 38건(18.4%),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근로자성 부정 등을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는 ‘법 밖 해고형’은 30건(14.5%), 신고나 고충 제기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신고 보복형’은 28건(13.5%)으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고 제한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제도를 확대하고, 기간제 계약 남용 방지와 고용승계 의무, 해고 존재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고 과정에서 사직서를 작성하면 자진 퇴사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회사의 사직 요구나 압박 내용, 해고 경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직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요구나 압박에 따른 퇴사까지 자진 퇴사로 판단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가로막고 실업급여 수급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퇴사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