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이설아 기자 | 마약 사범들의 형량은 피고인의 범죄유형과 전과 여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 단순 투약자의 경우 투약 횟수와 관계 없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판매·운반책의 경우 초범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3일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3개월의 판결문을 분석하였다.
항소 사건과 사후적 경합범을 제외한 1심 마약사범 58건의 판결의 경우 징역형은 18건, 벌금형은 1건, 집행유예는 39건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종류로는 필로폰이 36건 대마가 17건 졸피뎀 1건, 케타민이 4건이었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39명 중 36명은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 단순 투약자로 나타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투약 횟수는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초범뿐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동종 전과자에게도 관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재범을 했으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3명의 경우는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지 5~10년이 지난 사례였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마지막 동종 전과로부터 시간이 경과한 점”을 양형 참작 사유로 들었다. 반면 단순 투약자임에도 실형을 선고받은 11명은 모두 다른 범죄로 인해 누범 기간 중이거나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및 기소유예 상태에서 재범을 저질렀다.
형량이 동종 전과 여부와 범행 태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음주 운전 등의 다른 범죄로 누범 기간 중이거나 집행유예 상태였던 2명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동종 전과인 마약으로 누범 기간 중이거나 집행유예 상태에서 재범을 저지른 8명은 투약 횟수에 따라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특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중에도 추가 투약이 적발된 1명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마약 판매책과 운반책은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으며, 형량은 취급한 마약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졌다.
필로폰 1.86g, 합성대마 3.08L, 케타민 197정을 보유한 경우에는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이 선고됐으며, 필로폰 403.9g과 케타민 2kg을 취급한 경우에는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으로 불린 국내 마약 유통책 김모 씨의 경우 최고형인 25년을 선고받았다. 운반책, 이른바 ‘드라퍼’로 불리는 범죄자들도 재범 여부와 상관없이 실형이 선고됐다.
범행 기간과 운반량에 따라 징역 2년에서 5년 사이가 선고됐으며, 심지어 단 10일간 범행에 가담한 초범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마약범죄는 현재 재범률이 높아 교정 프로그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2023년 교정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마약사범의 재복역률은 44.8%로, 절도범죄(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단순 투약자로 시작한 피고인이 출소 후 판매책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는 마약 중독의 특성과 범죄 고리가 단순 투약자에서 판매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마약으로 실형을 선고받는다는 것은 이미 재범 상태임을 의미한다. 초범 단순 투약자들은 관행적으로 집행유예를 받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재범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초범에 대한 집행유예 관행을 없애고, 교도소 내에서 실효성 있는 단약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약 판매책의 상당수가 단순 투약자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외부적 단속과 단절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교도소 내 마약범죄자들의 중독 치료와 단약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서초동의 변호사 역시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출소 후 중독 치료와 재활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재범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