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 평생 돌보겠다”…치매 노인 속여 상가 뺏은 60대, 징역 2년

  • 등록 2025.09.24 12: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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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판단력 저하 피해자 이용”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건물주에게 접근해 결혼을 약속하며 신뢰를 쌓은 뒤 수억원대 상가를 넘겨받은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형사11단독 전명환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월 대구 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중 인근 상가 건물주 B씨에게 접근했다. 당시 B씨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에게 결혼해 함께 살며 평생 돌봐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친분을 쌓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얻은 뒤 재산 이전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씨는 시가 약 2억5000만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A씨 명의로 등기 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가 범행 당시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였던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피해자를 기망해 재산을 편취했다고 판단해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해 판단력이 약화된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이 이뤄졌고 피해 금액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도 불리한 요소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된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재산 이전이나 금전을 받아내는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 또는 준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형법 제347조는 기망행위로 재산을 편취한 경우 사기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348조는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준사기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취약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재산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오래 앓아 의사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어머니의 지분이 포함된 토지와 건물을 매도하면서 치매 사실을 알리지 않고 매수인에게 약 10억원을 송금받은 사건에서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 범죄는 형사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치매 등으로 판단력이 저하된 피해자를 속여 재산을 이전받은 경우 단순한 민사상 분쟁이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피해자의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이용해 신뢰를 형성한 뒤 재산을 이전받았다면 법원이 범행의 계획성과 죄질을 무겁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자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 범죄는 피해 회복이 쉽지 않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가족이나 보호자는 재산 처분 과정에서 성년후견 제도나 법적 보호 장치를 적극 활용해 유사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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