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퇴치’ 숯불 피워 조카 살해한 무속인, 무기징역

  • 등록 2025.09.26 1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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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신도 등 공범 징역 20~25년
法 “전례 찾기 어려운 엽기 사건”

 

무속 의식을 이유로 한 가혹행위가 어디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여러 사람이 가담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살인과 공동정범 책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6부(부장판사 윤이진)는 지난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자녀와 신도 4명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에서 25년이 선고됐다. 또 살인방조 혐의를 받은 피해자의 친오빠 등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묶어둔 상태에서 숯불 열기를 이용해 화상을 입히는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은 잔혹성이 매우 크다”며 “가족과 친척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 경련을 일으키다 의식을 잃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며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의 정도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이후 피해자는 2시간 넘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며 “피고인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현장을 정리하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게 ‘숯 위에 넘어졌다’는 등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에 대해서도 양형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부모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지만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의금이나 위로금 지급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부모는 오랜 기간 A씨의 정신적 영향 아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귀신 퇴치’나 ‘퇴마 의식’을 명목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행위는 한국 형법상 독립된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 지배 상태를 이용해 폭행, 감금, 강요, 협박, 사기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해당 범죄로 처벌되는 구조다.

 

실제로 법원은 가스라이팅을 ‘강압적 통제’의 한 형태로 설명하면서도 그 존재 여부는 증거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2023년 광주지방법원은 가스라이팅을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라고 설명하면서도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 지배가 인정될 경우 범행 동기나 고의, 공동정범 여부, 양형 판단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종교나 무속 의식을 이유로 한 신체적 가혹행위 역시 형법상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안수기도 등 종교행위라고 주장하더라도 신체적 행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을 넘어 반복적인 압박이나 폭행에 해당하면 형법상 폭행 또는 상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또 귀신퇴치 의식을 이유로 피해자를 묶어두거나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 감금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대법원 선고 94도1484). 실제 유사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장시간 결박하거나 이동을 막은 행위가 감금 또는 중감금치사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여러 사람이 범행에 가담한 경우 직접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인식하고 묵인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부작위에 의한 방조’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의 자녀와 신도 4명에게는 각각 징역 15년에서 20년을, 살인방조 혐의를 받은 2명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수사 결과 A씨 등은 지난해 9월 인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30대 조카 B씨를 철제 구조물에 묶은 채 약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이용해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음식점은 A씨 일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B씨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다 가게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A씨는 “몸에 악귀가 붙었다”며 퇴마 의식을 명목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숯불 열기에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오전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피해자를 장시간 결박한 상태에서 고문에 가까운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살인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거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범행에 이르게 한 정황이 확인되면 법원이 죄질을 매우 무겁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나 무속을 이용해 피해자를 통제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는 법원에서도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로 보고 엄중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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