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약인데 왜 또 처벌?”…법원 “투약과 소지는 별개 범죄”

  • 등록 2025.09.29 15: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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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적 경합범 고려해 감형…징역 6월 선고

 

경기 양평의 한 펜션에서 마약이 담긴 주사기를 버린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펜션 내부 투약 혐의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미 확정된 다른 마약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해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심현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한 투약 혐의 무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A씨는 2023년 10월 25일부터 26일 사이 경기 양평의 한 펜션 객실에서 필로폰 용해액이 담긴 일회용 주사기 2개를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그가 퇴실한 뒤 펜션 화장실 변기가 막혀 수리하던 과정에서 주사기 4개가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주사기에서는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고, 이 가운데 3개에서는 A씨의 DNA가 확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이미 마약 관련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23년 4월 대구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와 같은 해 10월 강원 원주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A씨는 재판에서 ”양평 펜션에서 발견된 필로폰이 원주에서 투약한 것과 동일한 마약이므로 추가 처벌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지란 물건의 보관에 관하여 실력적 지배관계를 갖는 것을 말하고, 투약은 약물을 신체에 흡입하거나 주사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두 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적 행위가 서로 다른 별개의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원주에서 투약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주사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펜션 화장실에 두고 온 주사기 2개에 관한 것”이라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피고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항소심은 검찰이 주장한 펜션 내부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주사기에서 필로폰 성분과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장소에서 실제 투약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주에서 별도의 투약 사실이 확인된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확정판결 사건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두 사건을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높고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미 확정된 마약 사건과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만큼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마약 사건에서는 투약과 소지, 보관 행위가 각각 독립된 범죄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약 범행으로 처벌을 받았더라도 별도의 소지 행위가 인정되면 추가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다른 마약 사건으로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사후적 경합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법원은 전체 형의 균형을 고려해 형량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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