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노린 금전 편취…법원 “엄벌 불가피”

  • 등록 2025.09.30 18: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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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장애 상태 이용 시 준사기죄 적용 가능

 

지적장애인의 판단 능력을 이용한 금전 편취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처벌 기조를 보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은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하고,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준사기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판단 능력이 제한된 상황을 이용한 범행은 일반적인 재산범죄보다 더 무겁게 평가된다.

 

이 같은 판단은 최근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김송현)는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금전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5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올해 1월 중증 지적장애인 B씨의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받고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식으로 금전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은 신분증과 장애인증명서를 이용해 약 800만원의 대출을 실행하고, 휴대전화 2대를 개통해 되팔아 추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범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도 드러났다. A씨는 피해자를 해외로 보내 수익을 얻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공범과 역할을 나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인지한 상태에서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점을 무겁게 봤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일부 참작됐다.

 

유사한 판결도 이어졌다. 2023년 청주지방법원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휴대전화 개통과 소액결제를 유도하고 대출을 받게 해 금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5년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당시 피고인은 “취직을 시켜주겠다”, “휴대전화가 필요하다”, “대출을 받아 요금을 납부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 휴대전화 개통과 소액결제를 유도하고 금전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투자나 대출을 권유해 수천만원을 편취한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는 취약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러한 범죄가 단순 사기보다 더 무겁게 처벌된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점과 함께, 명의 대출이나 휴대전화 개통이 추가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함께 고려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지적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경우 피해자의 판단 능력과 보호 필요성이 함께 고려돼 법원이 죄질을 무겁게 본다”며 “특히 명의를 이용한 대출이나 휴대전화 개통은 다른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취약성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하거나 공범과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확인되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보호자와 관련 기관도 명의 도용이나 금융 거래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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