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대금인 줄 알았다”…보이스피싱 수거책 50대, 징역형

  • 등록 2025.10.08 17: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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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제공·대포폰 개통 도운 정황까지
피해자 11명 현금 6억3000만 원 전달
법원 “범행 가능성 인식하고 용인”…

 

가짜 대환대출에 속은 피해자 11명으로부터 현금을 직접 건네받아 조직에 전달한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김국식 부장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8)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현금 수거를 지시받고, 피해자 11명의 집을 돌며 총 6억 3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건당 20만~30만 원의 일당을 받는 조건으로 조직의 ‘수거책’ 역할을 맡았다.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정부 지원 저금리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조직원의 말에 속아 김 씨에게 현금을 건넸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자신 명의의 계좌와 신분증 사본을 넘기거나 대포폰 개통을 도운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상품권 거래 대금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의 전모를 정확히 몰랐더라도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미필적 고의’란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피고인이 “몰랐다”고 항변하더라도, 법원은 행위의 형태와 상황,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 외부로 드러난 정황 등을 종합해 고의의 유무를 판단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기간과 피해 규모, 피해자 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다만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취득한 이익이 크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피해자 11명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수거 후 건당 20만~30만 원의 일당을 받았으며, 신분증 사본을 제공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에 가담했다”며 “법원은 이러한 점을 종합해 불법 자금 회수 범행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 과정이 비대면이거나 현금 전달 등 비상식적 업무가 포함돼 있다면, 그 자체로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고 즉시 경찰이나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수범 기자 cotnqj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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