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살해하며 “잘 가” … 아들 휴대전화에 담긴 일가족 살인 사건

  • 등록 2025.10.24 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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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두 아들 참혹하게 살해당해
신고했던 가장이 알고 보니 범인
큰아들 휴대폰에 녹음된 범행 현장
반성 없이 변명만… ‘무기징역’선고

 

“집에 와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죽어 있어요.” 2022년 10월 25일 밤 11시 30분경 한 남자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119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왔다. 남자의 신고로 구급대원과 경찰이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 집 안에는 40대 여성 B씨와 중학생 C군(당시 15세), 초등학생 D군(당시 10세)이 피를 흘린 채 죽어있었다. 신고자인 남자는 이 집의 가장 A씨였다.


평범한 가정의 모자가 집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범인의 실체였다. 이튿날 경찰은 광명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을 긴급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A씨였다. 

 

A씨가 밝힌 범행 동기는 황당했다. “8년 전부터 기억을 잃었다가 최근 되찾았다”, “나를 기계처럼 일만 시켜 화가 치밀어 그랬다”, “나는 3개의 인격을 갖고 있고 매일 바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총 15시간 분량의 음성이 담긴 휴대전화에는 A씨의 잔혹한 범행과 그날의 진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당시 A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1년 반을 지내오고 있었다. 그를 대신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건 아내 B씨였고,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자 부부싸움이 자주 일어났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들 C군에게 A씨는 유독 가혹하게 굴었다. “내가 X발, 저 XX한테 뭘 못해서.”, “내가 너는 죽어도 용서 못 해, 이 XX 새끼야”. A씨는 아들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욕설을 시도 때도 없이 퍼부었다.

 

아버지의 폭언이 쏟아질 때마다 C군은 자신의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놓고 참혹한 순간들을 말없이 견뎌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 B씨가 이혼을 요구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큰아들과 잘 지내면 이혼하지 않겠다는 B씨의 말에 C군은 “아빠와 살기 싫다”고 했고 이에 A씨는 크게 격분해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범행 당일인 10월 25일 저녁, A씨는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왔다가 곧바로 1층 복도 창문을 넘어 계단을 통해 집으로 다시 올라갔다. 1층 창문과 계단에는 CCTV가 없었다. 다시 집으로 올라온 A씨는 1층에 가방을 두고 왔으니 가져오라며 아내를 집 밖으로 내보냈고, 그 사이 준비해 둔 고무망치로 큰아들 C군의 머리를 수십 차례 내려쳤다.

 

이어 A씨는 집에 돌아온 아내 B씨와 욕실에 있던 둘째마저 불러내 같은 방법으로 쓰러뜨렸다.

 

“왜 이렇게 안 죽어.” 아직 숨이 붙어있는 큰아들을 보며 A씨는 짜증을 냈다. 그리고 “아디오스(Adios), 잘 가”라는 끔찍한 한마디를 내뱉고 흉기를 가져와 세 모자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 모든 범행 과정이 C군의 휴대전화에 녹음되고 있었고, 사건 이튿날 경찰이 발견하면서 비로소 녹음 종료된다.

 

 

일가족을 살해한 A씨는 옷을 갈아입고 인근 PC방으로 가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입었던 옷가지는 인근 수풀에 버렸다. 그리고 2시간 뒤 집으로 돌아와 울먹이며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도 A씨의 연극은 계속됐다. ‘기억을 잃었다’, ‘3개의 인격이 있다’ 등을 주장했다. 통합심리검사까지 진행해 ‘이상 소견 없음’ 결과를 받은 검찰은 살인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사회와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사형을 구형하자 A씨는 “재판 결과가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잠시나마 자유를 달라.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 안 하지 않느냐”는 등의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A씨에게 “범행을 미리 계획한 데다 수법이 통상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5세의 C군이 자신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아버지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녹음뿐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용기가 이 참혹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증거로 남아 A씨가 치를 죗값에 무게를 더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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