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염증으로 정상적인 식사조차 어려운 아동이 친모의 수술 동의 거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필수 의료 조치를 고의로 막는 행위는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전남 해남군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A군에 대해 친권상실과 미성년후견인 선임 청구를 지원해 시설장이 후견인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A군은 잇몸 염증으로 치아 손상이 심각해 일상적인 식사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친모가 수술 동의서 작성을 거부하면서 치료가 장기간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생존과 건강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아동복지법상 ‘방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보호자가 아동의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즉 A군의 건강상태가 이미 일상생활을 해칠 정도로 악화했음에도 친모가 치료를 중단시킨 것은 방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도 필수 의료 조치를 미룬 보호자에게 책임을 묻는 판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24년 인천지방법원은 장천공 진단을 받은 아동의 수술 동의를 한 달 넘게 지연시킨 보호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2023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도 아동의 상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치료와 보호에 나서지 않는 친모에게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판결했다.
방임은 외부에서 확인이 어렵고 신고 비율이 낮아 실제 발생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아동 학대·방임의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아동 인구 대비 방임 경험률은 26.5%였지만 신고 통계율은 0.03% 수준에 불과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필요한 치료를 알고도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소홀을 넘어 아동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보호자의 동의가 치료 절차에 필수적인 상황에서의 거부는 아동을 위험에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임은 외형적 흔적이 없어도 아동의 고통이 장기간 누적되고 발달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 폭력 못지않은 중대한 학대”라며 “치료 지연이 확인된 경우 지자체 등이 즉시 후견인 선임 등 법적 보호 조치를 개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