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사고로 19개월 여아 사망…기사‧교사 금고 1년6개월 유지

  • 등록 2026.01.01 11:33:15
크게보기

원장은 금고 8개월로 감형
法 “동일책임 묻기 어려워”

 

어린이집 통학버스 하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생후 19개월 여아가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운전기사와 보육교사의 과실을 모두 인정했다. 사고 자체보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디까지 부담하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오택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운전기사 A씨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 B씨에 대해 검사와 피고인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각각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고는 통학버스 하차 직후 발생했다. 피해 아동은 차량에서 내린 뒤 차량 전면으로 이동했고, 운전기사는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차량을 출발시켰다.

 

보육교사 역시 하차 이후 아동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인솔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 모두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운전기사에게는 출발 전 차량 주변 특히 전방 사각지대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보육교사에게는 영유아 하차 이후 안전하게 인솔하거나 위험 구역 접근을 통제해야 할 의무가 각각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는 승하차 과정에서 어린이의 안전을 확인한 후 출발해야 하고, 보육교사는 영유아가 위험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차량을 출발시키고 아동의 이동을 확인하지 않은 점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봤다.

 

업무상과실치사에서 말하는 과실은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 업무의 성질과 지위에 따라 요구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의미한다.

 

법원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와 이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영유아가 하차 직후 차량 주변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라고 봤다. 즉 이례적인 사고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출발 전 확인과 인솔 절차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운전기사와 보육교사가 서로의 조치를 신뢰한 점 역시 책임을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독립적인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고, 상대방의 확인을 전제로 한 소극적 대응은 과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사한 판단은 다른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인천지방법원은 행사장 전광판 붕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행사 총괄 담당 공무원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행사장 내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거나 시민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등의 안전사고 예방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른 담당자가 조치를 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신뢰만으로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관리·감독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

 

특히 해당 판결은 직접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 과실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업무상과실치사에서 문제되는 과실은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업무의 성질과 지위에 따라 요구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법원은 통상적인 위험 범위 내에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하차 후 아동의 위치 확인’과 ‘출발 전 안전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절차가 지켜졌다면 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두 사람의 과실이 결합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된다는 기존 법리 역시 그대로 적용됐다.

 

다만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재판부는 원장이 직접 행위자가 아닌 관리·감독자라는 점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했고 공탁과 반성 등을 참작해 형량을 일부 감경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통학버스 사고에서 책임 범위를 다시 짚은 사례로 보고 있다. 단순 사고 발생 여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위험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었는지, 각자의 역할에 따른 안전조치를 다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형민 변호사는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대부분 기본적인 확인 절차만 지켜졌어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와 인솔자 모두에게 각각 독립된 안전 확인 의무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기보다 각자 역할에 맞는 확인 절차를 철저히 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