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신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형 투자사기가 이어지고 있다. 외형상 일부 수익이 지급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신규 피해자의 돈으로 충당되는 구조여서 피해가 장기화·확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자 10여 명에게 해외 주식 선물 투자 구조를 설명하며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일부 금액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약 36억원 상당의 반환금 역시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고 다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투자금 수령 당시 피고인에게 약정한 수익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즉 편취의사 존재 여부였다. 재판부는 손실이 발생한 이후에도 투자금 모집이 지속된 점,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가 반복된 점 등을 근거로 편취의사를 인정했다.
투자사기 사건에서 편취의사는 직접적인 자백이 없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의 재정 상태, 사업 구조, 자금 흐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자기자본 없이 사업을 운영하거나 기존 채무를 신규 자금으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처음부터 약정 이행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유사 판례에서도 법원은 이 같은 ‘돌려막기’ 구조와 과도한 채무 상태를 편취의사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아파트 분양사업 자금 모집 사건에서 다수 채무와 반복적인 자금 순환 구조를 근거로 “차용 당시 이미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해 사기죄를 인정했다.
또 투자금 일부가 반환된 경우라도 그 재원이 신규 투자자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이를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오히려 이러한 지급은 범행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형법상 사기죄를 전제로 하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이 가중되는 구조다.
양형 판단에서는 피해 규모와 피해자 수, 범행 기간과 반복성, 수법의 불량성 등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한다.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기준 역시 뚜렷하다. 피해액이 크고 범행이 장기간 반복됐으며 조직적 수법이 동원된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항소심 단계에서라도 추가 변제, 합의, 공탁 등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고, 피해자 다수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여지도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금을 모집하는 구조에서 실제 수익 창출 기반이 없고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가 반복된다면 법원은 편취의사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금원을 반환했더라도 그 재원이 다른 피해자의 투자금이라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사기는 초기에는 정상적인 투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금 흐름과 사업 구조를 보면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이나 원금 보장을 강조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