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직원이 공사나 납품 계약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경우 이를 뇌물로 볼 수 있을까.
대학 내 계약 업무를 둘러싼 금품 수수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당 직원이 공무원 신분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질 수 있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공립대학교 직원이 계약 체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형법상 뇌물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공무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청탁이나 실제 계약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나아가 금품 수수 이후 실제로 입찰 조건을 조작하거나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계약을 진행한 경우에는 수뢰후부정처사죄까지 함께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사립대학교 직원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 대신 배임수재죄가 적용된다. 계약·발주·검수 등 학교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서 업체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실제 유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엄중한 판단을 내렸다. 최근 울산지방법원은 울산의 한 대학교 전산부서 팀장 A씨가 공사 입찰 방식과 예산을 사실상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장비 공급업체 대표에게 “공사 계약을 체결해주겠다”는 취지로 금품을 요구한 뒤, 특정 업체가 유리하도록 입찰 조건을 설계하고 경쟁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하고 추가 금품을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내부 감사에 대비해 전산 자료를 무단 열람·반출하거나 허위 출장비를 수령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사회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금품의 성격과 직무 관련성에 있다. 국공립대 직원의 경우 직무와 금품 사이에 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되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반면 사립대 직원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또 해당 직원이 실제 계약·발주·검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는지 여부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계약 로비’ 행위라도 대학의 설립 형태와 직원의 법적 지위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과 처벌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법조계는 대학 계약 업무의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이 특히 요구되는 영역인 만큼 금품 수수 여부와 직무 관련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는 사소한 관행으로 볼 수 없고, 사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