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없다”며 집주인을 속이고 임대료를 가로채는 신종 임대 사기가 서울권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중개업자들이 해외에 거주하거나 관리가 어려운 임대인을 대신해 단기 임대 형태로 세입자를 들인 뒤 임대료와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잠실 일대에 분포해 있으며 부동산 간판을 내걸고 자신들이 해당 주택을 관리하는 것처럼 행세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입신고 금지’ 조건이 붙는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집주인이 실제 임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구조다.
<더시사법률>이 온라인 단기 임대 광고를 확인한 뒤 강남 소재 한 업체에 임차인으로 가장해 문의한 결과,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00만원 조건의 단기 임대가 제시됐다. 해당 업자는 “한 달 거주 후 월세를 내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차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입신고는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취재 결과 해당 중개업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인물로 확인됐으며, 이 같은 중개 자격이 없는 알선업자 형태의 영업이 해당 지역 부동산 주변에서 다수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방식으로 거주했다는 한 제보자는 “퇴거 시 청소비·관리비 등 각종 명목으로 비용이 차감돼 보증금의 절반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수법은 임대인에게는 “아직 임차인이 없다”고 속이고, 임차인에게는 별도 계좌로 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방식이다. 임차인이 낸 돈은 임대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중개업자가 관리 명목으로 일부만 지급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이 같은 수법은 사기 및 횡령 혐의가 모두 문제될 수 있다. 임대인에게 허위 사실을 고지해 임대료를 송금받게 했다면 기망행위에 따른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임대료나 보증금을 보관·정산해야 할 지위에서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횡령 또는 업무상횡령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임대차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 역시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또 공인중개사가 직무와 관련해 사기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격이 취소되는 등 강한 제재가 뒤따른다. 중개사무소 역시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등록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은 위임받아 수령한 보증금이나 임대료처럼 용도가 특정된 자금에 대해서는 위탁자를 위한 보관 관계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해당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경우 횡령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김형민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악용한 전형적인 범죄 구조”라며 “임대료와 보증금의 흐름이 불투명할 경우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은 반드시 본인 명의 계좌로 직접 임대료를 수령하는 구조를 갖추고, 관리인을 둘 경우에도 별도 계좌와 정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임차인 역시 제3자 계좌로 입금을 요구받을 경우 대리권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