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촬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아동·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겨냥한 범행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발생 건수는 2020년 6983건에서 2024년 1만 6833건으로 증가했다. 2024년 기준 피해 유형은 유포 불안 4358건(25.9%), 불법촬영 4182건(24.9%), 유포 2890건(17.2%) 순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기와 SNS 확산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그루밍과 협박이 결합된 범죄 양상도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가 장기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드러났다. 지난 1월 A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여성 B씨와 교제하며 28만원을 주고 신체 촬영물을 받은 뒤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았다.
이후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며 추가 촬영물과 금전을 요구했고 이 같은 협박은 14차례 반복됐다. 법원은 이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이 어디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지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실제로 영상을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유포 가능성을 해악으로 고지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아가 협박을 통해 금전을 받았다면 형법 제350조상 공갈죄가 함께 적용될 수 있고, 추가 촬영물을 요구해 받아냈다면 촬영물 이용 강요죄까지 성립할 수 있다.
법원은 이 같은 범죄가 동시에 성립할 경우 상상적 경합 관계로 처벌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인 경우 범행 대상이 취약하다는 점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장애인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촬영물을 요구하거나 협박한 경우 중형이 선고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촬영물 이용 협박죄는 실제 영상 보관 여부보다 피해자에게 공포를 줄 수 있는 해악 고지가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며 “지적장애 등 자기방어 능력이 낮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은 가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고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메시지, 사진, 송금 기록 등 증거를 보존하고 즉시 수사기관이나 전문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