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사건’ 故 강을성, 49년 만에 재심 무죄…검찰 ”항소 포기“

  • 등록 2026.01.19 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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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불법 체포‧구금 개연성 인정“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고(故) 강을성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십 년 만에 내려진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공개 사과했고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 판단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도 무죄를 구형하며 피고인과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강씨가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혹행위나 강압적 상황에서 이뤄진 진술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확보된 2차 자료 역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과거 사법부가 국가 안보 논리에 치우쳐 개인의 기본권 보호에 충분히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언제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눈물을 보였다. 장녀 강진옥씨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막내아들 강원택씨는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시작한 재심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은 유족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이 과거 수사와 재판 과정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무죄 구형으로 입장을 바꿨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0년대 유신 정권 시기 대표적 공안 사건으로 분류된다. 당시 보안당국은 관련자들을 간첩단으로 발표했다.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통해 진술을 확보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형사소송법은 강압에 의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지만 당시 재판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재심 무죄 확정 이후 후속 절차도 이어질 전망이다. 형사보상 제도에 따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불법구금과 가혹행위가 인정될 경우 국가배상 책임도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재심 제도의 한계도 지적된다. 최근 형사사건 기록이 보존기간 만료로 폐기되면서 재심 준비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기록 보존을 법률이 아닌 행정 규정에 맡기고 있어 재심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부 사건에서는 수사기록이 사라진 상태에서 외부 자료와 증언에 의존해 재심이 진행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기록 보존 문제를 사법 신뢰와 인권 회복의 문제로 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과거 국가 권력에 의한 수사와 재판을 다시 평가한 사례다. 또 재심 제도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으로 남게 됐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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