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 운영진 ‘재임명’한 유명 커뮤니티…피해자는 활동 정지

  • 등록 2026.01.22 15:50:34
크게보기

사건 언급 금지 공지 후 피해자 활동 정지

 

회원 수 수만 명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범죄로 처벌받은 운영진은 활동을 이어가는 반면 피해자는 활동 정지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제보에 따르면 해당 커뮤니티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A씨는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약식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은 “법원이 성희롱 범죄를 인정했는데도 운영진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가해자의 책임을 희석하고 있다”며 “커뮤니티 내부에서 오히려 피해자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커뮤니티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중 여성 회원 B씨에게 여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통화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와 속옷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 “너희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사건 이후 커뮤니티 운영 방식에서도 이어졌다. B씨가 해당 문제를 운영진에게 제기했지만 커뮤니티 측은 공개 게시판을 통해 “사건을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공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가 운영진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하자 커뮤니티 측은 B씨의 활동을 정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가 정당한 운영권 행사인지 여부도 법적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명확한 운영 규정이나 사전 고지 없이 회원을 강제 탈퇴시키거나 활동을 제한할 경우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23년 9월 선고한 판결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가 회원을 배제하고 게시글을 삭제한 행위가 관리자 권한을 넘어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회원 지위 박탈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인정하고 운영자에게 8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실은 민사 재판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확정된 형사 판결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 재판에서도 이를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 중에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시물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표현의 전체 맥락과 표현 방식, 공표 범위, 공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새로운 비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게시물은 명예훼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운영자의 게시물 관리 책임 역시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삭제 요청을 받았음에도 상당 기간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실은 민사 재판에서도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며 “다만 온라인에서 사건을 공유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때는 확인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표현 방식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