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태원, 동거인에 1000억 지출’ 주장 유튜버 일부 무죄에 항소

  • 등록 2026.01.23 11: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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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허위 단정 어렵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거인을 위해 ‘1000억원을 썼다’는 취지의 발언을 온라인에 게시한 유튜버 사건에서 법원이 일부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항소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의 처벌 기준을 둘러싸고 법조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박모씨(70)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1심 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도 최 회장 관련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쟁점은 ‘최 회장이 동거인을 위해 1000억원을 썼다’는 표현이 형사처벌 대상인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형사처벌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허위 사실이라는 점과 피고인의 허위 인식, 비방 목적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도 “정보통신망을 통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된 사실이 허위일 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1도13245).

 

1심 재판부는 문제 된 표현의 의미가 ‘1000억원을 직접 증여했다’는 단정적 사실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이 직접적인 금전 증여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보다 다양한 형태의 지출이나 재산 이전을 합산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표현의 의미가 하나로 특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이러한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발언의 의미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허위 여부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경우 무죄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명예훼손 사건에서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을 구별하는 기준도 제시해 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의미하며 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과는 구별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97도2956).

 

또 적시된 사실의 허위 여부는 전체 취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의 전체 취지를 살펴볼 때 세부적인 내용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라면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2013도12430).

 

법원은 같은 게시물이라도 일부 표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특정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따라서 동일한 게시물이라도 표현의 구체성, 허위성 입증 여부, 사회적 평가 훼손 정도에 따라 형사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판결에서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항소심에서는 문제 된 발언의 의미 해석과 허위성 입증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온라인 발언과 명예훼손 처벌 기준의 경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표현의 의미가 명확히 특정되지 않으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표현의 해석 가능성이 여러 갈래로 열려있으면 무죄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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