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상품 공급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에도 신규 유입 자금으로 기존 채무를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의 공동구매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물품을 실제로 배송하며 정상 거래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에 대해 사법부도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이춘근 부장판사)는 공동구매 사이트 8개를 운영하며 약 2만 명으로부터 44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구씨 등은 배송 기간을 의도적으로 길게 설정한 뒤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금을 빼돌리고 이후 유입된 자금으로 앞선 주문자의 물품대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통해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박씨와 함께 사이트를 운영한 구씨는 “백화점 상품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골드바를 시가보다 10~50% 싸게 판다”고 홍보하며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공범들도 각자 공동구매 사이트를 운영하며 결제 금액의 1~10%를 수수료로 취득하고 나머지 금액은 박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돌려막기’ 구조는 법원에서도 일관되게 사기 범행으로 인정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자금으로 기존 채무를 충당하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 묵비에 의한 기망과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 측이 일부 피해자에게 물품을 배송하거나 금전을 반환한 점을 들어 편취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후 변제나 일부 이행이 있더라도 편취의 의사로 교부받은 금원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유사 사건에서도 일부 피해 회복이 있었지만 전체 금액이 편취액으로 인정된 사례가 확인된다.
상품권이나 골드바 판매가 단순 거래를 넘어 일정 시점에 원금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을 포함할 경우 사기뿐 아니라 유사수신행위 위반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공동구매 형식을 띠더라도 자금 모집 성격이 인정되면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공범 구조 역시 주요 쟁점이다. 각자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수료만 취득한 경우라도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추징은 각 공범에게 실제로 귀속된 이익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돌려막기 방식의 특징으로 피해가 뒤늦게 드러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초기에는 일부 정상 거래를 통해 신뢰를 유지하지만 자금 유입이 끊기는 순간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수수료 체계와 다단계 방식이 결합될 경우 중간 단계에서 이익을 취하는 공범이 늘어나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시중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배송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경우에는 단순 할인 판매가 아니라 자금 순환 구조일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구매 전 사업자의 실체와 거래 구조를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