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마약 동아리 사건의 주범이 수감 중에도 편지를 이용해 마약을 밀반입하다 적발되면서, 국가 관리가 이뤄져야 할 교정시설이 마약 유통의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엽서 크기의 필름 형태로 마약을 변형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교정당국의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합수본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염씨 등 4명을 기소했다. 염씨를 포함한 3명은 마약을 전달받은 혐의를, 나머지 1명은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마약 범죄로 이미 수감 중이던 상태에서 추가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염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수감 생활을 하며 여러 차례 편지를 통해 마약류인 LSD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공급자는 교정시설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LSD를 엽서 크기의 필름 형태로 얇게 제작한 뒤 편지지에 부착해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급자 역시 합수본에 적발됐으며, 이후 또 다른 마약 범죄에 연루돼 이미 구금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범행은 합수본이 별도의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단서를 포착하면서 드러났다. 다른 마약 사범의 휴대전화에서 “교도소로 마약을 보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발견되면서 수사가 확대됐다.
다만 합수본이 밀반입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범행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였던 탓에 수용자들의 마약 투약 혐의는 공소사실에서 제외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체 검사만으로 투약 여부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내 마약 및 금지물품 적발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금지물품 적발 건수는 2021년 16건에서 2022년 20건, 2023년 18건으로 집계됐으며 2024년에는 26건을 넘어섰다.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누적 적발 건수는 총 108건에 달한다.
법무부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교정시설 내에서 발생한 마약 사건은 68건으로 2021년을 기점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교정시설 내 마약사범도 2020년 3111명에서 지난해 7384명으로 약 137% 늘었다.
교정당국은 교정시설 내 마약 유입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입소 과정에서 신체에 마약을 은닉해 반입하는 방식과, 수감 이후 편지 등에 숨겨 전달받거나 반입이 허용된 마약성 약물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서울구치소에서는 수용자가 신발 깔창 아래에 강력접착제로 고정한 메스암페타민을 숨겨 입소했다가 적발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3월 인천구치소에서는 이온스캐너(마약 탐지기) 검사 과정에서 편지에 숨겨진 필로폰 추정 물질이 확인돼 반입이 차단됐다.
2023년 10월에는 광주교도소에서 우편물 속에 펜타닐을 숨겨 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교정시설에서 마약 투약이나 밀반입 정황이 확인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통보되며 별도의 수사가 진행된다. 이후 유죄가 확정될 경우 기존 형기에 더해 추가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된다.
실제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2’ 출연자인 윤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구치소 내 추가 마약 범행으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펜타닐 등을 매수·투약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2022년 8월 인천구치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내 마약 유통이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국가의 관리 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교정시설은 국가가 수용자의 신체와 생활 전반을 직접 통제하는 공간인 만큼 내부에서 마약이 유통될 경우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국가의 관리 책임이 문제 되는 사안”이라며 “신체 은닉과 우편물 등 다양한 반입 통로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은 현행 교정 행정의 구조적 허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후 적발에 그치는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법무부와 교정당국이 직접 나서 탐지 장비와 인력 확충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정시설 내 마약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마약 범죄보다 엄격한 관리·처벌 원칙을 적용하는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