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수용자라 하더라도 범죄 피해를 입었거나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고소·고발이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4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 건수는 총 7586건, 피소 인원은 1만 5834명에 이른다.
2024년 한 해에만 1241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지만 실제 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수용자들의 민원 또한 급증해 실제로 법무부가 전국 54개 교정기관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 분석’ 결과, 응답자의 19.6%가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교정 현장에서 민원과 고소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수용자가 국민신문고 민원에 특정인을 향해 기재한 욕설성 표현이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불거졌다.
제보에 따르면 한 교정시설 수용자는 행정심판 절차를 진행하던 중 교정당국의 업무 처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담당 교도관을 상대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신청했다.
해당 민원서에는 특정 교도관을 지칭하며 “여편네야”, “XXX야”, “정신 차려라” 등 욕설성 표현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민원이 곧바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것이 아니라 내부 행정 절차를 거쳐 분류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교도관은 교정청 소속 공무원으로 국민권익위에 민원이 이첩되기 전 단계에서 접수된 민원을 1차로 검토·분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욕설 표현을 확인한 뒤 해당 내용이 행정 처리 과정에서 다수의 제3자에게 인식됐다는 이유로 수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해당 수용자는 “민원 처리의 중간 단계에 있는 공무원이 자신의 민원을 직접 열람한 뒤 이를 근거로 소송을 낸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욕죄 성립 여부는 △공연성 △피해자 특정성 △모욕성의 세 요건을 중심으로 판단된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공연성’이다. 법원은 모욕적 표현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는지를 기준으로 공연성 여부를 검토한다.
설령 특정 소수에게만 전달됐더라도, 객관적으로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면 공연성이 성립할 수 있다.
국민신문고 민원은 외부에 공개되는 게시글과 달리 일반적으로는 행정기관 내부에서 접수·배정·검토되는 비공개 문서의 성격을 가진다.
다만 민원 처리 과정에서 담당자를 넘어 상급자, 결재권자 등 여러 공무원이 열람하거나 시스템상 다수 계정이 접근 가능한 구조라면 불특정 다수에게 인식될 수 있는 상태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원 역시 전자민원 형식의 욕설에 대해 공연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2015년 대구지방법원은 한 은행 홈페이지 전자민원 게시판에 특정 직원을 지칭해 욕설을 기재한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 1심 재판부는 게시판 열람 권한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들어 공연성이 부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본점 관리자 여러 명이 실제로 게시글을 열람했고, 열람 권한이 없는 직원들에게까지 내용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공연성을 인정하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형사상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고 본다. 욕설이나 비방의 수위가 사회 통념을 현저히 벗어날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실제 전달 범위와 표현의 맥락이 판단 기준이 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모욕죄에서 문제 되는 공연성은 단순히 글이 공개됐는지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민원 접수 경로와 관계없이 실제 열람 인원, 처리 과정, 접근 권한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신문고 민원이라 하더라도 처리 과정에서 다수의 공무원이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형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공연성이 부정되더라도 표현 수위가 과도한 경우에는 민사상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도 표현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