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회원이 넘어져 부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해 헬스장 측이 사고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 민사단독(백소영 부장판사)은 헬스장이 가입한 보험사가 회원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또 A씨가 반소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해 보험사가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2023년 3월 세종시의 한 헬스장에서 회원 A씨가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중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러닝머신 정지 버튼을 누른 뒤 기구가 완전히 멈추기 전 발받침대로 이동해 내려오다 기계 사이에 발이 걸리면서 넘어졌고, 이 사고로 좌측 팔꿈치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헬스장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사고는 전적으로 A씨의 과실로 발생했다“며 ”헬스장 업주의 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헬스장 운영자는 운동기구 사용 방법에 대해 안전 지도를 할 의무가 있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헬스장 시설 구조와 사고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헬스장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러닝머신 사이 간격이 16㎝로 좁았던 점 △A씨가 운동 초보자임을 사전에 알렸음에도 별도의 사용 안내나 지도가 이뤄지지 않은 점 △헬스장 내부에 관련 안전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체육시설 운영자는 이용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동기구 사이에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이용자의 운동 경험과 능력을 고려해 사용 방법에 대한 안전 지도를 할 의무가 있다“며 ”헬스장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후유장애와 향후 기대 소득 등을 고려할 때 손해액이 약 1억1900만원에 이른다고 보면서도 러닝머신이 멈추기 전 내려오다 사고를 당한 점 등을 들어 A씨의 과실도 상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 한도인 3000만원만 배상하도록 했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체력단련장(헬스장) 이용 표준약관 역시 체력단련장 시설로 인해 이용자에게 신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실제로 2021년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헬스장 스미스머신에서 바벨이 낙하해 이용자가 중상을 입은 사건에서 운영자의 점검·교체 의무 위반과 안전조치 미흡을 이유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서울남부지법도 사우나 내 헬스장에서 1세 유아의 손끼임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안전요원 부재와 출입 통제 미흡 등을 이유로 시설의 설치·보존 하자를 인정했다.
한편 생활체육 참여 인구가 늘면서 체육시설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개발원의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체육시설 이용에 따른 사고 건수는 783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5323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2022년 6616건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체육시설 사고에서 이용자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시설 운영자의 안전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배상 책임이 부정되기는 어렵다“며 ”운동기구 간 간격, 안내문 부착 여부, 이용자 수준에 따른 지도 여부 등이 책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가 이용자 과실만을 이유로 일괄적으로 보상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사고 당시 시설 구조와 운영 실태를 면밀히 확인해 책임 주체와 보험 한도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