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병원장 징역 6년…산모 집행유예 “미필적 고의 인정”

  • 등록 2026.03.05 09: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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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출생 후 냉동고 보관 살인
法 “누구도 살해할 권리 없어”
낙태 알선 브로커 2명도 ‘실형’

 

임신 36주 차 산모에게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함께 기소된 산모에게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보호 장치가 부족한 점이 고려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80대 윤모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집도의 60대 심모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산모 20대 권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병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씨는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 산모인 유튜버 권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한 뒤 태아를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어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수술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태아의 사산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윤씨는 병원 경영난을 겪자 낙태 수술을 통해 수입을 얻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낙태 환자만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는 건당 수십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는 이 기간 브로커들로부터 환자 527명을 소개받아 총 14억6000만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윤씨에게 환자를 알선한 브로커 2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생명 유지를 위한 조치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태어나게 한 뒤 살해하기로 공모했다”며 “태아는 숨 한 번 쉬어보지 못한 채 차가운 냉장고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범죄로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에 대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씨의 주요 시설 변경을 무허가로 운영했다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운영한 곳이 허가가 필요한 ‘병원’이 아니라 ‘의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산모 권씨에 대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직접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공범의 행위에 대해 공동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권씨는 수술을 받지 못하면 미혼모 시설에서 출산 후 입양을 보내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한부모 시설이나 입양 절차를 알아보는 등 출산 준비를 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사정은 인정하면서도 갓 태어난 태아 역시 생명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임신중절을 원해 수술을 받게 됐더라도 태어난 이상 사람으로서 보호돼야 하며 누구에게도 살해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다만 “권씨의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아이가 태어날 경우 자신뿐 아니라 자녀 역시 불행해질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참작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엄중한 처벌이 마땅하지만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현실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권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2024년 7월 유튜버와 낙태 수술을 한 의사들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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