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들은 봉제·목공·취사·세탁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이를 교정시설 내부에서는 ‘출역’이라고 부른다. 작업에 참여한 수형자에게는 임금으로 ‘작업장려금’이 지급되며, 이는 근로 의욕을 높이고 출소 이후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는 제도다.
그러나 일부 교정시설 작업장에서 이른바 ‘작업반장’으로 불리는 봉사원들이 작업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작업장려금 배분과 작업량 관리 과정에서 봉사원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금전 요구나 폭력까지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1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작업반장이 장기간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권한 남용이나 비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교도소 봉제공장에서 출역 중인 제보자 B씨는 “교도관이 작업장 운영을 사실상 작업반장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작업반장이 작업량 배정과 장려금 산정 과정에 개입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업반장의 눈 밖에 나면 장려금이나 행형점수를 공정하게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수형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행형점수는 수용자의 생활 태도와 작업 성과, 규율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해 처우나 가석방 심사 등에 반영하는 내부 평가 기준이다.
또 다른 제보자는 “특정 수용자에게 작업량이 집중적으로 배정되고 다른 수용자의 작업량은 줄어드는 사례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실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장려금이 특정 수용자에게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작업장 내부에서 폭언이나 폭행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 수용자는 “작업장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며 “반발할 경우 작업반장에 의해 작업장에서 배제되거나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수용자가 작업반장의 눈에 들기 위해 우표나 생활물품 등을 건네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보자는 “작업반장의 판단에 따라 작업장 이동이나 처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봉사원에게 역할이 집중되는 구조는 교정시설의 인력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C교도소에서 출역 중인 수형자 D씨는 “작업장에는 약 50명의 수용자가 근무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교도관은 1명뿐인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작업량 기록이나 장려금 산정 자료를 작업반장이 정리하고 담당 교도관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도관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단위로 교체되는데 새로 온 교도관이 작업장 운영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히려 작업반장에게 업무 내용을 인수인계받거나 운영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작업량 단가표가 수용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거나 월별 작업 기록이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교도관이 작업장 관리 업무를 작업반장에게 맡기면서 운영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도관은 “작업장이나 사동 관리 업무는 수용 인원이 많고 업무 부담도 큰 편”이라며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교도관이 작업장 운영의 상당 부분을 봉사원에게 맡기는 경우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안과는 보통 6개월 단위로 인사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장 운영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기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작업반장 역할을 하는 수용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봉사원은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작업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수용자”라며 “작업장 내에서 봉사원이 폭행이나 금품 요구 등 규율 위반 행위를 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와 징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도관이 업무를 봉사원에게 맡긴 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부당 행위가 있을 경우 제보 등을 통해 확인되면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교정시설 운영 구조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준호 변호사는 “교도관 인력 부족과 잦은 근무 이동 등 구조적 문제로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작업장 관리 업무가 봉사원에게 과도하게 의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봉사원 제도가 일부 교도관에 의해 사실상 수용자에게 관리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업장려금 배분이나 형행점수처럼 수용자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봉사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라면 권한 남용이 생길수 박에 없다”며 “교정당국은 작업장 운영 과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관리 권한이 봉사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