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친모 폭행 살해’ 국민참여재판 기각...제도 둘러싼 우려 목소리

  • 등록 2026.03.23 2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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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진행은 ’입법부 재량‘
’제도 불안정, 권리 축소‘...우려 나와
재판 확대 앞서 현장 보완책 필요해


노모 폭행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피고인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참여재판이 법원 재량에 따라 배제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제도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현장의 우려가 부딪치는 모습이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A 씨(50대·여)에 징역 10년과 치료감호, 보호관찰 명령 5년 등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지난해 7월 부산 자택에서 친모 B씨(80대·여)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측은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배제하고 직권으로 통상 공판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 과정에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억울함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피고인은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공소장을 받고 7일 이내에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이때 재판부가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사건 성격이나 진행 절차 등을 고려한 뒤,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다.

 

이 같이 재판부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며 실제 시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지난 2025년까지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은 10%였다. 배제율은 34%에 달했다.

2023년 대전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건 피고인 C씨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검토한 뒤 배제했다. 당시 피고인 C씨 측은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거부 결정에 불복하지 못하게 한 규정은 항고권 침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는 입법부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근거가 없는 이상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국민참여재판 위기론’에 따라 제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지난 4월 발의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살인, 존속살해, 강도살인 등 고의에 의한 생명침해 범죄를 국민참여재판 필수 사건으로 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참여재판은 통상 재판과 달리 공판준비절차, 배심원 선정 절차, 증거서류에 대한 서증조사절차가 필요하다. 재판 진행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기 때문에 대상 재판이 많아질수록 법원 업무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성범죄 등 일부 강력범죄의 경우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감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성범죄 무죄율은 일반 재판 3.7%인 반면 국민참여재판은 47.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연구에서 “이러한 무죄율에 배심원들의 ‘성 고정관념’과 ‘강간통념’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23년 ’N번방 사건‘ 조주빈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최종 기각했다. 피해자 측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어지면 피해자의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 실시를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법조계는 제도 취지와 현실 사이 간극을 지적한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지만, 현행법상 재판부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실제 활용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배심원 편향 가능성, 피해자 보호 문제, 재판 지연 등 현실적 한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 유형별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배심원 교육 및 피해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희령 기자 bright@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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