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韓 법정 선다…李대통령 요청 20일 만에 송환

  • 등록 2026.03.25 09: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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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정상회담서 직접 인도요청
정부 “즉시수사…조직규명·수익환수”

 

‘동남아 3대 마약왕’, ‘마약왕 전세계’ 등으로 불리며 악명을 떨친 마약상 박왕열(48)이 25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부가 신병 확보를 추진한 지 약 9년 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임시인도를 요청한 지 약 20일 만이다. 박왕열은 국내 마약 밀수·유통 등 혐의로 한국 법정에 서게 됐다.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청·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박왕열을 임시인도 방식으로 인계받았다고 밝혔다.

 

임시인도는 피청구국이 자국 내 재판이나 형 집행을 일시 중단하고, 청구국의 형사 절차 진행을 위해 범죄인을 넘겨주는 제도다.

 

박왕열을 태운 항공기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송관이 동승한 가운데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입국한 그는 출국장을 빠져나온 직후 경찰과 법무부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곧바로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피해자 3명을 현지 사탕수수밭에서 총기로 살해하고, 이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7억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다. 이후 징역 60년형(단기 52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현지 수감 중에도 범행은 이어졌다. 박왕열은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로 활동하며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 동남아산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교도소에서 ‘호화 수감 생활’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과거 두 차례 체포·구금 이후 도주한 전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정부는 박왕열의 신병 인도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필리핀 측이 이를 보류하면서 송환은 장기간 지연됐다. 전환점은 지난 3일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이었다. 이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임시인도를 직접 요청하면서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필리핀 동포 간담회에서도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도 교도소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을 유통하는 인물이 있다”며 임시인도 필요성을 언급했고, 필리핀 측이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송환 절차가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송환이 정상외교와 범정부 공조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해외에 숨어 있거나 수감 중인 범죄자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외교·사법적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박왕열을 수사기관에 즉시 인계해 국내 마약 밀수·유통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TF는 박왕열이 연루된 마약 유통 조직의 구조를 규명하고 공범을 추적하는 한편 범죄수익도 끝까지 환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교도소 수감 상태에서도 범죄를 지속하는 사례를 방치할 경우 사법 정의 훼손과 모방 범죄 확산 우려가 크다”며 “TF를 중심으로 마약 등 초국가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화 기자 movie@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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