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 시동을 켜고 수 미터 이동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단순한 차량 이동만으로는 음주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지윤섭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12월 23일 오전 1시 23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에 탑승했다. 당시 그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히터를 켜려 시동을 걸었고, 대리운전 비용을 찾는 과정에서 차량이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변속기가 의도치 않게 조작되면서 차량은 약 2m가량 전진했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으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로 면허취소 기준을 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차량이 실제로 움직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음주운전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동을 켠 상태에서 적극적인 운전 의사 없이 기어를 건드려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동승자가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했고 실제로 대리기사가 도착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운전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은 ‘운전’을 차량을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차량 이동을 넘어 운전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도 “운전은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도1109 판결 등).
유사한 판단은 하급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히터를 켜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가 차량이 약 5m 이동한 사안에서 운전 의사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지나 관여 없이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차량이 이동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음주운전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운전 의사와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