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 수백 차례 연락과 접근을 반복한 30대 여성이 구속되면서 상대방이 메시지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충남보령경찰서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약 두 달간 헤어진 40대 남성 B씨에게 총 284회에 걸쳐 연락을 시도하고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를 받는다. 피자와 꽃 배달을 보내거나 자택 앞에 편지를 두는 방식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상대방이 응답하지 않자 수십 차례 계좌로 ‘1원’을 송금하며 “어디야?” 등의 문구를 남기는 방식으로 접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에 대해 서면 경고와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1∼3호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서면 경고(1호), 피해자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3호)로 구분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A씨는 조치 다음 날 다시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갔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피해자가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해 스마트 안심벨 설치 등 보호조치를 병행했다”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이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에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소액을 송금하며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핵심 쟁점은 ‘도달’ 여부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실제로 메시지를 확인했는지와 관계없이 별다른 제한 없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도달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선고 2018도14610). 즉 수신자가 메시지를 읽지 않았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다만 반복성 여부는 별도로 판단된다. 201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2~3회 문자를 보낸 경우 사회 통념상 일회성 행위로 보고 반복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범행 횟수와 시간 간격,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범죄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실제로 읽었는지보다 ‘도달’했는지가 핵심 기준”이라며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잠정조치 이후에도 동일한 행위가 이어질 경우 별도의 위반 범죄가 성립해 처벌이 가중될 수 있다”며 “행위 횟수와 기간, 피해자 의사에 반한 지속성이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