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부산교도소 수용자가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정시설 내 의료 인력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용자의 생명권까지 좌우하는 결정권이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생존기간 1년 미만의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부산대학교병원 부산지역암센터 정밀검사 결과 간에 약 10㎝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으며, 의료진은 “수술·항암치료·간 이식 모두 불가능하다”는 최종 소견을 내렸다.
A씨는 “의료과에서는 여러 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고 했지만 결과는 매번 불허됐다”며 “이제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의료과에서 신청해주겠다고만 하며 계속 희망만 준다”고 호소했다.
부산교도소 측은 <더시사법률>에 “제보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수용자가 외부 병원에서 40여 차례 이상 진료 및 입원 치료를 받는 등 전문적 처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집행정지 불허 사유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검찰청 소관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A씨는 5년 전부터 지속적인 가슴 통증을 호소했으나 교도소 의료과로부터 “이상 없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며, “조기 진단이 이뤄졌다면 지금처럼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도소 의료진의 진료 지연이 결국 생명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정시설의 인력·예산 한계와 보안 여건 등을 이유로 의료진의 판단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왔다. 단순한 진료 지연이나 즉각적 처치 부재만으로는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22년 부산지방법원은 한 수용자가 외부 진료 불허로 시력을 상실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무관이 별도 약물을 처방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택한 것은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재량”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외부 진료 허가 여부는 ‘수용자 의료관리지침’ 제15조 제2항의 재량권 행사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교정시설 내부 의료 한계가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현실 속에서, 중병 수용자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제도가 바로 ‘형집행정지’다. 그러나 이마저도 검찰의 재량에 따라 생사가 좌우될 만큼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형집행정지는 수용자의 생명이나 건강이 현저히 위태로운 경우 또는 임신·출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은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할 염려가 있는 때’를 사유로 규정하지만, 실질적인 판단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71조의2는 지방검찰청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형집행정지는 생명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장치지만 검찰의 판단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해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처럼 검찰 판단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중병 수용자의 형집행정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권 침해가 반복될 수 있다”며 “형벌 집행과 인권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