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던 소방대원들이 이 사건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을 정도로 그의 범행 방식은 매우 잔인했다. 6개월 동안 검색했던 600여 종의 흉기 중 그가 선택한 건 칼날의 길이만 44㎝에 달하는 마테체. 주로 벌목을 하거나 가축의 목을 통째로 참수하는 데 쓰는 정글도였다. 그가 휘두른 칼에 피해자 두 명이 현장에서 잔혹하게 살해됐다.
일용직을 하며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30대 장 모 씨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과 갈등을 빚어왔다. 윗집엔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A 씨 부부와 그들의 13살, 8살 딸까지 네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부부가 밤늦게까지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외조부 내외가 딸 부부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며 살아가던 평범한 이웃이었다.
층간소음에 대한 장 씨의 불만은 사건 발생 3~4개월 전부터 극심해졌다. 부부가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샤워라도 하면 “물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고 청소기만 돌려도 난리를 치는 정도였다. 이웃의 증언에 의하면 A 씨의 집은 바닥에 매트를 다 깔아놓은 상황이었고 아이들도 뛰어놀 나이는 아니었다. 낮에 손녀들을 돌보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장 씨의 지속되는 항의에 각별히 소음을 관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장 씨는 인터폰을 연결해 항의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비실에 연락해 따졌고, A 씨의 집에 직접 찾아오기도 여러 번 했다. 장 씨는 “윗집 사람들을 쪼개버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극도의 분노와 증오심을 혼자 키워갔다.
장 씨의 반복되는 항의에 불안감을 느낀 A 씨 부부는 현관문 앞에 사설 CCTV를 설치하고 층간소음의 원인이 우리 집이 아닐 수 있으니 너무 뭐라 하지 말아 달라며 장 씨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의 비극은 막을 수 없었다.
사건 당일, 장 씨는 밤늦은 시각 위층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당장 인터폰을 들었다. “만나자, 내려오라” 말한 후 장 씨는 목장갑을 낀 손에 정글도를 쥐고 계단에서 A 씨를 기다렸다. 그리고 A 씨가 내려온 순간 44㎝의 날카로운 칼날로 A 씨의 목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반항할 틈도, 도망갈 새도 없었다. A 씨가 숨지자 장 씨는 곧장 현관문이 열려 있는 A 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A 씨의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 거실 등으로 달아났지만 장 씨는 집요하게 뒤쫓아가 아내마저 살해하고 만다.
그날, A 씨의 집에는 부부의 두 딸도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방으로 피해 문을 잠그고 있어 화를 면했다. 아이들을 피신시킨 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였다. 딸 부부의 참혹한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노부부는 온몸으로 저항했고, 장 씨는 그들을 향해서도 칼날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후 범행을 마친 장 씨는 자신의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알렸고, 모친의 자수 권유에 112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피해자의 부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에 옮겨져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장 씨는 A 씨 부부가 의도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의심했고, 피해자들이 자신을 감시하며 괴롭힌다는 망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게 재판부는 “각 범행의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범행 결과가 참혹하다. A 씨 부부는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고, 부모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자신의 딸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면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기간 없는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게 하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함이 마땅하다”며 무기징역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명령을 선고했다.
장 씨와 A 씨 부부는 9년여 간 같은 아파트 아래위층에 거주해 온 이웃이었다. 그 집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그도 보았을 것이다. 오가며 마주치던 이웃에 의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고통과 충격, 겪게 될 정신적 트라우마 등은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 인간 본성이란 대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