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사법률>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정시설을 관할하는 법무부를 비롯해 법원, 검찰 등을 담당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무소속 최혁진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한 최 의원은 사법 불평등 구조를 핵심 문제로 지목하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변호사 비용 부담과 국선변호 제도의 한계로 다수 국민이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불균형을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전관예우를 꼽으며, 고위 법조인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이른바 ‘전관예우 방지법’ 발의를 통해 구조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선변호 보수 현실화와 인적 구성 다양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사법부 역시 국민의 감시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재판의 독립은 보장하되 제도와 조직은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정공무원 처우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장의 어려움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혁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시다 정치에 입문하셨습니다. 정치 참여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이러한 경험이 현재 의정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초기에는 시민사회의 힘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서민들이 노력한 만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를 바꾸려면 시민 권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성장해도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확인했습니다. 정치에는 ‘돈의 장벽’이 있어 시민의 직접 참여가 어렵다는 점도 체감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다수 시민의 목소리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서민과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최근 이른바 ‘전관예우 방지법(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하셨습니다. 법안 발의 배경과 전관예우가 사법 시스템에서 갖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사법 불평등은 이미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봅니다. 형사 사건의 절반 이상과 민사 사건 상당수가 변호사 없이 진행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국선변호 제도의 한계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이 대형 로펌과 대등하게 싸우기 어렵습니다. 전관예우는 이런 불균형을 고착화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사법부 고위직이 특정 배경에 집중돼 있고 인사와 재판 과정에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습니다. 고위직 출신이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 재판이 관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구조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사법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고위 법조인의 사건 수임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다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사법부가 스스로 바꾸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입법부가 제도를 통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국선변호 보수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선변호 제도의 역할과 한계, 개선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국선변호 제도는 사법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보상이 부족하면 성실한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제도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낮은 보수로는 사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변론하기 어렵습니다. 이 구조는 사법 불평등을 더 심화시킵니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수 인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선변호를 맡은 변호사에게 명예와 제도적 보상이 함께 주어져야 합니다. 공공직 임용이나 주요 법률 직위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또 국선변호 경험을 가진 인재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로도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야 사법부 안에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적 구성과 보상 체계를 함께 바꿔야 사법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법안 표결에서 기권하셨습니다. A.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합니다. 권력은 견제를 받아야 하고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법률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재판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적용 범위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법안은 형사 재판에만 한정됐습니다. 저는 민사와 형사 모두에 적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 영역에만 적용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민사 재판에서도 불균형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행정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법왜곡죄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적용 범위를 제한한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향후 개정 논의를 염두에 두고 기권했습니다. Q.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사법체계 안정성 훼손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한 입장과 사법 독립과 민주적 통제의 균형을 어떻게 보십니까. A. 그동안 사법부는 충분한 견제를 받지 않았다고 봅니다. 내부 운영을 국민이 알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행정부와 국회는 제도를 통해 투명성과 감시 장치를 강화해 왔습니다. 반면 사법부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부를 들여다보고 문제를 제기하며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견제를 받지 않았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사법부는 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위헌을 주장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법 독립은 ‘재판의 독립’을 뜻합니다. 재판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사법부 조직 전체가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삼권분립의 취지와 다릅니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재판의 공정성도 국민의 평가 대상입니다. 배심원 제도 역시 같은 취지입니다. 결국 사법개혁은 사법부를 국민에게 보이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공직자라면 공개적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사법부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교정공무원의 열악한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 최근 교정공무원직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강력범죄자 증가로 인해 교정시설 내 난동과 협박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처우 개선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교정공무원의 국립호국원 안장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데 국회 역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법개혁이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과정이라면, 동시에 성실하게 헌신하는 공직자를 존중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공직자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반대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분명히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Q. 교정공무원은 같은 제복 공무원임에도 경찰이나 소방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고, 호국원 안장에서도 제외돼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A. 이 문제는 단순히 처우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봅니다. 검찰 조직에서도 일부 권력 지향적 행태가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내부에서 이를 바로잡기 어려운 구조가 존재합니다. 결국 구조적으로 왜곡된 부분은 제도를 통해 바로잡아야 합니다. 교정공무원 역시 법무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은 직군으로 분류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관심밖의 측면이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개선이 지연되는 것입니다. 또 교정공무원의 근무 환경이 안정돼야 수형자의 교정·교화 기능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수형자가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공조달에 참여하고, 그 수익을 가족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는 가족 관계 유지와 재사회화, 나아가 재범 방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교정공무원이지만, 현재의 근무 환경에서는 기존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따라서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과 관련된 입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검문검색을 두고 시민 반응이 엇갈렸다. 21일 경찰은 공연장 주변 안전 관리를 위해 광화문 일대 주요 출입 지점에 금속탐지기(MD) 등을 설치하고 현장 통제를 실시했다. 교보빌딩 인근에 마련된 출입 게이트에서는 광장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보안 검색이 진행됐다. 경찰은 “팔을 벌려 달라”, “소지품을 바구니에 올려 달라”고 안내하며 검색 절차를 진행했다. 게이트에는 문형 금속탐지기가 여러 대 설치됐고, 시민들은 통과 전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고 가방을 별도로 검사대에 올려야 했다. 이후 탐지기를 지난 시민들에게는 휴대용 장비를 이용한 추가 점검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가방 내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병행됐다. 경찰은 시민들이 제출한 가방의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 같은 검문검색 방식의 적법성을 두고는 법적 논란의 여지도 제기된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와 관련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대상자를 정지시켜 질문하고, 이에 수반해 흉기 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판례는 이 과정이 ‘흉기 확인’이라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방을 개봉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명확한 동의가 있어야 적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은 흉기 확인을 넘어선 일반 소지품 검사는 영장주의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규모 행사 안전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점도 고려 요소로 거론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다중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서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경찰 협조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정이 곧바로 일반 시민에 대한 광범위한 소지품 검사까지 허용하는 근거가 되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시민은 보안 조치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검문이 철저해 안심이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 남성은 “단순히 지나가는 길인데 왜 검색을 하느냐”며 반발했고, 별도 출구로 이동하려다 제지당한 뒤 다시 검색 절차를 거쳤다. 또 다른 시민도 같은 이유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경찰은 예외 없이 검문을 진행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총 31개 출입 게이트가 운영됐으며, 약 80대의 금속탐지기가 배치됐다. 게이트별로 1대에서 4대까지 설치돼 상황에 따라 운영됐다. 경찰은 공연 기간 동안 위험 물품 반입과 각종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폭력 행위나 위협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폭력 사건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법원에 전담재판부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행정법원장이나 고등법원장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를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도 학교폭력 사건은 다른 사건보다 우선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소송 제기일로부터 90일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60일 이내 판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이 같은 기한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모든 전형에 학교폭력 처분 결과가 반영되면서 재판 지연 문제는 더욱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가해 학생 측이 행정소송 등을 반복 제기하며 판결을 늦추는 사례도 지적된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기록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재판부를 법으로 의무화하자는 취지다.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건을 집중 처리해 재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원행정처도 이 같은 입법 취지에 공감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담재판부 운영을 통해 전문성과 신속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법원은 관련 재판부를 확대하는 추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정기 인사에 맞춰 학교폭력 전담재판부를 기존 2곳에서 4곳으로 늘렸다. 해당 재판부에는 법조 경력 20년 이상 부장판사들이 배치됐다.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1건에서 2023년 71건, 2024년 98건, 2025년 134건으로 늘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경우 관련 법 개정으로 2010년부터 각급 법원에 전담재판부 지정이 의무화돼 운영되고 있다. 반면 학교폭력 사건은 일부 법원에 한해 전담재판부가 운영되고 있어 제도적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입소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저였기에 모르는 것투성이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거나 눈치가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항상 제 옆으로 와서 조근조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입방 순서로 ‘방장’이 되었습니다. 다들 나이도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인데도 동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듣고 이들을 챙겨줍니다. 그런 동생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돌아갔고, 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 그때 동생이 정말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제 눈앞에서 넘어져 아파할 때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픈 줄 알았습니다. 아파서 내는 신음 소리를 웃음소리로 생각했어요. 동생은 저를 잘 아는데, 저는 동생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철없는 나를 위로하고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는데 정작 언니인 제가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못 준 것이 많이 미안합니다.
어머니는 제 인생의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했던 우리 집이었지만, 2000년대 초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한쪽까지 잃으셨지요. 우리 집의 기둥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초능력자인 듯 나서서 집을 일으키셨습니다. 일을 하고, 우리 형제를 돌보고, 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도맡으시며 그렇게 젊은 나날을 흘려보내셨지요.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이다, 교복이다, 급식이다, 학비다 뭐다 돈 들어가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그 모든 걸 다 주셨지요. 그래서 어머니가 고통도 느끼지 않는 슈퍼우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꼭 어머니께 받은 바 은혜를 갚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죄를 짓고 부모님께 더없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그리고 제게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