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에 대구교도소의 수용자가 중증 질환에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교도소에 수용 중인 A씨는 ‘척수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 진단을 받고 수술이 시급하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손을 잡을 힘조차 없고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교도소 측이 치료를 지연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와 각종 온라인 등에 게시했다. 그러나 대구교도소 측의 설명은 달랐다. 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외부 의료기관 진료 및 수술 절차를 진행한다"며 “고의로 치료를 지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교도소 측은 관할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A씨 측이 형집행정지를 통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치료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인근 병원 수술을 거부해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가족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할 병원은 신뢰가 가지 않아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 소재 병원 치료를 전제로 형집행정지 절차가 진행되면서 수술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교도소 관할 지역 내 병원에서 치료하는 경우에는 교도관의 계호 하에 외부 진료 및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 지역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통상 형집행정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술이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는 경우 교도관이 상시 계호하며 타 지역을 오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의료진 판단상 소내 치료나 관할 병원 수술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특정 지역 병원만을 고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정말 시급한 수술이라면 교정기관도 지체 없이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 지역 치료를 원할 경우 결국 검찰의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갈등은 형집행정지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수용자와 가족들은 형집행정지를 교도소가 결정하는 사항이거나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형집행정지의 최종 결정 권한은 검찰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 제1호는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발생하는 권리가 아니라, 검사의 구체적 처분을 통해 허가되는 재량적 조치다. 헌법재판소 역시 형집행정지를 “검사의 허가라는 구체적 처분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재량적 제도”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건강 상태 악화만으로 당연히 허가되는 것이 아니라, 도주 우려나 재범 가능성, 사회적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대구교도소는 “형집행정지 신청은 교도소장의 건의뿐 아니라 수용자 본인이나 가족 등 관계인이 직접 관할 검찰청에 신청할 수 있다”며 “교정기관은 의료 자료를 제공하는 등 행정적으로 협조할 뿐, 결정 권한은 검찰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 “긴급 시 당일 판단도 가능” 일각에서는 위급한 환자라도 검찰의 일정에 따라 형집행정지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본지 질의에 “1차적으로 교정시설의 의학적 소견을 참작해 긴급성을 판단한다”고 답했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내부 지침에 따라 접수 당일 공중보건의 또는 의료자문위원과 함께 임검을 실시하거나, 의료기록과 사진 등을 송부받아 자문을 거친 뒤 형집행정지 필요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는 사전 심의를 원칙으로 하되,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먼저 형집행정지를 결정한 뒤 사후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감시설 내 치료가 가능하거나 간단한 수술, 통원치료로 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형집행정지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영구적 신경 손상 등 중대한 신체 손상 위험 여부 역시 교정시설의 의학적 소견과 의료자문위원 검토를 거쳐 개별 사안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형집행정지 심의가 예정된 상태에서 수용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도 교정기관의 건의에 따라 긴급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귀휴도 제한적 허용…공공안전 고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77조는 질병이나 사고로 외부 의료시설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수형자에 한해 연 20일 이내 귀휴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귀휴 역시 교도소장의 재량 사항으로, 도주 우려와 공공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된다. 교정 당국이 이러한 절차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제도 악용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이씨는 수형 중 모친의 병환을 이유로 귀휴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이용해 탈주 후 피해자를 해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추가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교정 당국은 “과거 귀휴나 형집행정지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 사례들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24일 검찰로부터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서울로 이동했으며, 현재 수술을 위해 병원 진료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과 외도한 여성을 폭행하고 나체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40대 아내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형사12부(박정홍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및 특수상해,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4년 10월 남편이 다른 여성과 숙박업소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을 찾아가, 나체 상태였던 상대 여성 B씨를 약 20분간 발로 차는 등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옷을 입으려 하자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위협했고, B씨의 직장에도 연락해 “나체 사진을 인쇄소에 넘겼다. 이 동네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게 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나체 상태를 촬영해 유포를 암시하며 직장에까지 연락하는 등 범행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남편의 외도 현장을 직접 목격한 직후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측면은 있다”며 범행 동기를 일부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 여성으로 속여 접근하는 이른바 ‘로맨스스캠’을 벌인 캄보디아 거점 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기관 사칭 수법까지 동원해 수십억 원대 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 프놈펜을 근거지로 활동한 피싱 조직 두 곳의 조직원 49명을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가운데 37명은 구속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로맨스스캠과 노쇼 사기, 기관 사칭 범행 등을 통해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10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보한 일본인 여성 사진을 이용해 신분을 속였다. 피해자와 일주일에서 길게는 석 달가량 연락을 이어가며 친밀감을 쌓은 뒤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을 제안했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해외 유명 쇼핑몰처럼 꾸민 가짜 사이트로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초기에는 실제 구매액의 10~20%를 ‘커미션’ 명목으로 지급해 신뢰를 쌓았다. 이후 피해자가 고액을 입금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수익금 출금을 거부하는 이른바 ‘돼지도살(피그버처링)’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방식도 병행됐다. ‘코인 연애 적금’이라며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다고 속여 가짜 홈페이지로 유도한 뒤 가상자산을 송금받았다. 조직은 1~2개월 주기로 사이트 주소를 변경하며 추적을 피했다. 여성 조직원이 피해자와 직접 통화해 의심을 누그러뜨리는 등 내부적으로 범행 시나리오를 점검·수정하는 체계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B 조직은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하는 수법을 썼다. 중국인 총책이 확보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카드 오배송 상황처럼 꾸민 뒤 고객센터로 전화를 유도했다. 피해자가 연락하면 원격제어 프로그램과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했다. 이후 “명의가 도용됐다”고 속이며 금감원이나 검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했지만, 악성 앱을 통해 피해자들이 실제 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조직원에게 연결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구속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겁을 준 뒤 자금을 편취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한국인 피의자 14명을 체포하면서 사건을 인지했다. 이후 현지 단속 공조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구조 요청 등을 토대로 추가 검거를 이어갔다. A 조직은 전체 가담자 60명 중 41명이 검거돼 사실상 와해됐으며, B 조직은 54명 중 8명이 붙잡힌 상태다. 경찰은 22명에 대해 약 10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A 조직의 중국인 총책은 현재 국내 송환을 협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거점을 둔 피싱 조직의 수법이 점점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 권유나 기관 사칭 전화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변호사님, 저는 정말 고액 알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걸 꿈에라도 알았겠습니까?” 구치소 접견실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절규다. 대개 경제적 곤궁 속에서 ‘채권 회수 업무’나 ‘단순 현금 전달’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이들은 1심에서 ‘사기죄’ 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이라는 무거운 판결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빠진 덫의 깊이를 깨닫는다. 변호사로서 그들의 눈을 마주하다 보면, 억울함 뒤에 숨겨진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한순간에 피고인이 된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각보다는 뒤늦게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는 억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는 피해 금액의 규모, 현금 수거 장면이 담긴 CCTV, 송금 내용과 이동 동선이 정리되어 있다. 법정은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그러한 객관적 정황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피고인의 절박한 호소는 차가운 증거의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법정은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고의성’이다. 본인은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
얼마 전 경찰 여청수사팀에서 근무 중인 경찰대 동기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보다 긴장된 목소리였다. “이번 사건은 폭행과 협박이 명확한 강간 사건이야.” 그 한마디에 수사관으로서의 무게가 전해졌다. 명백한 폭력과 강제성이 동반된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은 형사사법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런 사건일수록 수사관들은 더욱 신중하고 단호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성범죄 사건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물리적 폭행이 분명한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관계의 해석, 동의의 범위, 당시의 상황 인식 등을 둘러싼 다툼이 쟁점이 되는 사건들이 많다. 변호사로서 체감하기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 관련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상담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는 명백한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사안도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관계의 기억이 달라지거나 사후적 감정 변화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와 재판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나는 매주 1회 직접 접견하면서 구속된 피고인을 만난다. 화려한 광고를 보고 큰 로펌을 찾아갔는데 수임료를 낸 이후부터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지어 재판 때마다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정작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실제로 직접 구속된 피고인을 매주 만나다 보면 접견실에서만 발견되는 진실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논리는 바로 이 ‘접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건의 진짜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수사 기록에는 경찰과 검사의 시각으로 정리된 ‘사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 한 줄의 기록에 숨어 있던 모순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며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형사변호의 시작이다. 실제로 내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두 번째 접견 때 피고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죄 판결의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
저는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전화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 힘든 생활도 잊어버린 채 짧고 소중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도 아들 기죽지 말라며 학부모회 임원까지 맡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늘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것은 물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후, 아버지와의 첫 접견 때가 떠오릅니다. 며칠을 못 주무셨는지 충혈되어 있던 눈, 말씀하실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손, 어느새 흰서리가 가득 내린 머리카락을 보고 죄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저에게 “걱정하지 마라. 아프지 말고 힘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편의점 일을 하시며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젊은 저도
요즘따라 더욱 보고 싶네요. 이제 나를 기다릴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당신은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솔직히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걸림돌이라면 당신을 위해 비켜주는 게 도리겠죠. 이곳에서 몇 번의 계절을 맞이했지만 제 마음의 계절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겨울날에 멈춰있어요. 사회에 나오면 연락하라며, 친한 오빠로서 밥 한 끼 사주겠다는 당신의 그 말이 저를 너무 슬프게 만들어요. 매일 밤 당신의 편지를 꺼내 보며 우는 저이지만, 이젠 정말 당신을 제 마음속에서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제 지인과 잘 되어가는 중이라는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이곳에 와서 가장 소중한, 내 전부였던 당신을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이 또한 제 업보겠죠. 행복했던 저와 그때의 다정했던 당신은 추억 속에 담아둘게요. 그러니 당신은 부디 행복하세요. 2026년 겨울, 배배가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산다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가끔은 왜 사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몇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마저 먼 길을 따라가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교정직원에게 전해 들을 당시 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 그분의 기일과 어머님이 가신 날이 같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때 느낀 두려움은 살아오면서 처음 겪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습니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고, 한동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노하셔서 제게 외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 마라, 잊지 마. 죽는 그날까지!” 그날 이후로 저는 그 분노 가득한 음성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죄인이라지만 사랑하는 어머님의 기일을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제 저는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그 숨이 끊기는 듯한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연일까요? 365분의 1의 확률입니다. 저는 이제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죄의 무서움을
어머니, 이곳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맞는 겨울입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지나고 보니 언제 이렇게나 되었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십 중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제 모습을 보니 어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못난 모습 보여 죄송합니다. 이제 9개월가량 남은 수용생활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겠습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항상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범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출소 후 그동안 속만 썩이고 고생시켜 드린 어머니께 열심히 효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못난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