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혼자 생활을 시작한 박모(40대)씨는 휴대전화 요금부터 고민해야 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통신비를 내는 것도 부담이었다. 구직을 위해 전화와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 처지였고 연락이 끊기면 일자리 기회도 함께 끊겼다. 이후 박씨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통신비 지원을 통해 휴대전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연락이 가능해지면서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었다”며 “생활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은 ‘단절’이다. 상당수 출소자는 휴대전화조차 없어 사회와의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 출발한다. 취업 정보 접근이 어려워지고 머물 곳과 생계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연결까지 끊기면 재사회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9일 <더 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재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실제로 2023년 경찰청 범행동기 통계에 따르면 생계형 범죄 비율은 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출소자는 휴대전화 이용조차 어려워 취업 정보 접근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제약을 받는다. 이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재사회화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통신비 지원 사업을 통해 출소자의 사회 복귀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공단은 휴대전화 이용이 어려운 출소자와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통신비와 단말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재사회화를 돕는 것이 목적이다. 해당 사업은 단순 통신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해피콜’이라는 정기적인 전화 상담을 통해 출소자의 근황을 파악하고, 필요 시 숙식 제공이나 취업 알선 등 법무보호사업으로 신속히 연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지원 대상은 형사처분이나 보호처분을 받은 출소자, 보호관찰 대상자, 소년원 퇴원생 등이다. 출소 후 기간 제한은 없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있고 공단 보호사업에 참여 의사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공단 홈페이지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출소증과 신분증, 개인정보 동의서를 제출하면 된다. 대면 방문 없이도 신청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아졌다.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홈페이지 (https://koreha.or.kr) 통신비는 월 5만 원 수준의 요금제를 기준으로 최대 6개월간 통신비 일부를 지원한다. 데이터 10GB와 음성·문자 무제한이 포함된 요금제로 구직 활동과 일상 소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에는 보급형 중고 단말기도 함께 지원된다. 다만 단말기 지원은 통신사 재고 상황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2025년 시범 운영 당시 총 943명이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대기 포함 479명이 실제 지원을 받았다. 통신비 체납이나 본인 취소 등의 사유로 일부는 제외됐지만, 사업 초기임에도 절반 이상이 혜택을 받은 셈이다. 또한 2026년 1분기에도 193명이 지원을 받으며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단은 올해 총 1500명 규모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도 운영에는 한계도 있다. 통신요금 미납 이력이 있는 경우 개통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사가 연체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단은 선불폰이나 데이터 카드 지원 방식을 검토해 통신비 미납 이력이 있는 대상자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공단의 출소자 지원 제도는 생계비, 주거비, 의료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통신비 지원 사업은 사회와의 연결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절을 줄이고 재범을 예방하는 동시에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공단 관계자는 “출소 초기 안정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결망 유지가 중요하다”며 “통신비 지원과 정기 상담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자 맞춤형 운영과 투명한 관리가 병행되면 제도의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거하던 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의 첫 공판이 변호인 불출석으로 연기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9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국선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공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기일을 연기했다. 이번 공판 연기는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변호사건’ 규정에 따른 조치다. 형사소송법 제33조는 구속 피고인이거나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형이 예상되는 사건의 경우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선변호인이 불출석할 경우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새로 선정해 공판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절차를 보완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국선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판 진행이 어려워 기일 연기가 불가피하다. 국선변호인은 기일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법원에 소명해야 하며, 법원은 필요할 경우 다른 변호사를 국선으로 추가 선정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 선 A씨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A씨는 “고의로 친구를 살해한 것이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 이후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과의 접견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변호인 변경 의사도 밝혔다. A씨는 재판 준비 시간을 이유로 추가 기일 연기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사건 경과상 더 이상 기일을 늦추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판단력이 부족한 피해자를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이어오다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시신을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 남한강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홧김에 범행했다”며 범행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살인의 고의 인정 여부다. 피고인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목을 조르는 행위는 사망 위험이 높은 행위로 평가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시신을 강에 유기한 행위는 별도의 시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살인죄와 함께 경합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차요금을 요구한 관리인을 차량으로 들이받고 달아난 4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전 광주 북구 한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A씨는 주차비 4000원을 내지 않은 채 차량을 이동하려다 이를 제지한 관리인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A씨는 차량을 후진시키는 과정에서 B씨가 차량에 매달렸는데도 그대로 운행을 이어갔다. 결국 B씨는 도로에 떨어졌고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B씨는 뇌진탕과 어깨, 팔꿈치, 요추 및 경추 염좌 등 상해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사고 발생 이틀 만에 A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화를 냈다가 가라앉히는 모습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를 인식하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로 판단되는 사례가 많다”며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방치됐다면 책임이 더욱 무겁게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차량에 사람이 매달린 상태에서 운행을 지속한 행위는 형법상 특수상해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판례는 자동차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 당시 음주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만큼 위험운전치상 적용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적용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돈을 요구해 강도로 착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차요금 요구 상황을 강도로 오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차량을 이용한 대응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블랙박스와 CCTV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운전자의 인식 여부, 음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이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압수물도 확보됐고 국과수 결과도 나와 1심 판결까지 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면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제한되니 재판은 멀고 냉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절차 위반을 다투어 증거능력 배제를 이끌어내는 사례들이 생긴다. 그 사건들도 이미 다 확정된 사건처럼 보였지만 영장이 정한 선을 넘는 순간부터 증거는 흔들렸다. 영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헌법이 그어놓은 경계다. 그 선을 넘은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무너질 수 있고 항소심은 그 경계를 묻는 절차의 재판이다. 한 사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을 수사한 경우를 들어보면, 수사기관은 케타민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필로폰 관련 전자정보를 보았고, 별도 영장 없이 추가 탐색·복제·분석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르면 압수·수색·검증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이 특정되어야 하므로 케타민 영장으로 필로폰 혐의를 ‘탐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전자정보는 특히 위험하다. 휴대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 설치된 약 12만 3천여 대의 CCTV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AI 영상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시스템이 전 자치구에 도입되면 서울 전역의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어 실종자 수색과 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 어디에서도 해당 시스템이 서울 시민의 얼굴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면 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보가 공공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관리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편의성이라는 명분 아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때 중국이 CCTV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이제 유사한 기술이 우리 사회에도 도입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4의 상습적인 절도·강도 등 특정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확고한 합헌 판례 동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습절도 혐의 가중처벌을 다룰 때 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상습절도 사건에서는 이 사건이 과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형법상 누범가중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범죄유형을 규정한 구성요건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이는 검사가 이 조항으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건 요소들을 모두 엄격하게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호인은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3회 이상 징역형’이라는 전과 요건의 충족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판단하며, 법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전과는 산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형이 실효된 전과는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되지 않으며(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
재판받는 당사자들과 만나다 보면 이들의 억울함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사기관은 모든 증거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그 내용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편집하여 제출한다. 반면 수사 대상인 피의자는 고소장과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외에는 거의 모든 증거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피고인에게는 검사의 기소 이후에야 비로소 증거기록 전체를 열람할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수사기관이 구축한 증거 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 형성된 법관의 초기 심증 역시 일정한 방향성이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서 방대한 기록을 분석하고 그 허점을 찾아내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일은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개인에게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단순한 서면 반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변호인의견서나 준비서면을 통해 논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인식을 전환시키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법관으로 하여금 기존 기록만으로는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 중심에 놓이는 절차가 바로 증인신문이다. 증인신문이 공판절차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