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용 중인 수용자들의 심부름을 대행하는 이른바 ‘수발업체’의 ‘먹튀’ 실태를 최초 보도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교정시설을 둘러싼 수발업체 시장은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같은 조직적 운영 형태는 대부분 사라졌고, 시장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든 출소자들이 연쇄 폐업과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수발업체 수는 과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전국 경찰서에는 수형자들의 금원을 받은 뒤 잠적한 수발업체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내 수형자를 대신해 도서·잡지 구매, 조의금 전달, 중고차 상담 등 각종 외부 업무를 대행하는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 형태로 확대돼 왔다. 특히 2013년 전후 출소자들이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고, 일부 업체는 월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일부 업체가 마약·담배·음란서적 반입 시도나 스포츠토토 대리 베팅 등 불법 사행행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교정당국의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됐다. 인터넷편지 서비스 폐지, 수익 구조 붕괴 촉발 수발업체가 교정시설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비공식 유통 통로로 기능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법무부는 제도 전면 정비에 착수했다. 전환점은 2023년 10월 법무부가 발표한 ‘음란도서 차단 대책’이었다. 교정시설 내 외부 유통 경로 통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수형자와 외부 업체 간 주요 소통 수단이었던 교정 인터넷편지 서비스가 폐지됐다. 과거에는 수형자가 신문 광고를 통해 업체에 편지를 보내면 업체가 인터넷 서신으로 무료 답변을 제공할 수 있었다. 물품 문의가 여러 차례 오가더라도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어 자본금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인터넷편지 서비스 폐지 이후 모든 소통이 유료 우편으로 전환되면서 수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심부름 비용으로 1만원을 받더라도 문의와 답장이 반복될 경우 등기우편 비용만으로 수익이 소멸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수형자들이 송금한 금원을 반환하지 않은 채 폐업하거나 잠적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물품 리스트 방식 전환…그러나 한계 이에 수발업체들은 대안으로 물품 리스트를 제작해 수형자에게 발송하는 방식으로 운영 모델을 변경했다. 신문 광고를 통해 연락한 수형자로부터 우표 비용을 받은 뒤 약 100~150페이지 분량의 물품 목록을 발송하고 주문을 받는다. 리스트를 받은 수형자가 추가 물품을 재주문하는 구조로 단골 고객 확보를 목표로 한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대량 인쇄에 필요한 용지 비용과 컬러 인쇄비, 발송비 등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초기 자본이 부족한 운영자의 경우 사업 지속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로 변했다.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일반 유통업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부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을 들여 리스트를 제작·발송하더라도 해당 수형자가 출소하거나 다른 업체로 거래를 변경할 경우 투자금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부 교정시설에서 수발업체 물품 리스트 반입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운영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법적 반입 제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시설 측이 사실상 통제에 나설 경우, 수형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업체 입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2024년 도입된 우송도서 등록제 역시 시장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서 발송 시 휴대전화 본인인증 절차가 필요해 휴대전화 1대로 하루 1명의 수형자만 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예컨대 주문자가 30명일 경우 휴대전화 5대를 보유한 업체라도 모든 발송을 완료하는 데 최소 6일이 소요된다. 주문이 수십 건 접수되더라도 발송 지연이 불가피해지고 배송이 늦어지는 수형자들은 ‘먹튀’를 의심하며 항의 편지를 보내지만 업체는 추가 등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편지로 사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지연이 반복되고 신뢰가 무너지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규제 강화 속 또 다른 음성시장 우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수발업체들은 수형자 대상 수발업체 모델을 포기하고, 교정시설 방문이 어려운 가족을 대신해 접견 준비나 물품 구매를 대행하는 ‘외부 수발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에는 출소자들이 초기 비용이 비교적 낮은 잡지·간행물 제작 시장으로 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소량 인쇄만으로도 비용 회수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진입 장벽을 낮춘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출소자들이 수형자 선호 콘텐츠 제작을 명목으로 제3자의 기사와 이미지, 광고물을 무단 사용하거나 음란성이 문제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출판물을 무분별하게 제작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실제로 한 간행물은 『더시사법률』의 이미지 다수를 무단으로 사용한 뒤, 선정적인 여성 사진과 함께 “더시사법률은 00잡지의 전신” 또는 “이미 검증된 성공 모델, 교정시설 내 10만 부 배포”라고 허위 홍보하며 광고주들을 기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면책조항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다수 로펌과 본지를 상대로 기망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간행물 운영자는 지난해 10월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자로 확인됐다. 예상치 못한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 잡지 홍보를 무료로 진행해 주겠다고 해 별다른 의심 없이 동의했는데, 실제 발간된 잡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선정적인 이미지와 저작권이 문제되는 내용 등과 함께 사무소 명칭이 노출돼 상당한 수치심과 이미지 훼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에 본지는 해당 운영자를 상대로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기미수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며, 해당 책자에 대한 전면 회수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우송도서 등록제 도입 이후 ISBN이 등록된 간행물에 한해 교정시설 반입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변경된 데 따른 구조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해당 제도 시행으로 외국 음란서적이나 금지 물품 반입은 일정 부분 차단됐지만 국내 출판 제도상 ISBN 등록이 비교적 간단한 절차와 소액 비용만으로 가능해 별도의 내용 심사 없이 간행물 등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제도적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로 일부 불법 행위는 차단됐지만 이를 대체할 합법적 시장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분쟁과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근 5년간 성범죄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성직자가 4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중대 성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종교 지도자의 지위를 악용한 범죄에 대한 제도적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국회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성직자는 총 458명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가 450명으로 전체의 약 88.9%를 차지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이 36건으로 뒤를 이었고, 통신매체 이용 음란 18건,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2건 등이 포함됐다. 전체 검거 인원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불법 촬영 범죄는 2020년 5건에서 2024년 10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JMS 이후에도 반복되는 종교 지도자 성범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 사건 이후 종교 지도자의 성범죄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됐지만 유사 사건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약 10년간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전직 목사 윤모 씨는 상습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오는 3월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범행을 정당화하려 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전직 목사 이모 씨 역시 장기간 신도 성추행과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혐의로 입건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가 기존 교단에서 파면 또는 퇴출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교단이나 교회로 이동해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실제로 수사 중인 이 씨는 경찰 조사 기간 경기 김포의 한 교회에서 강사 자격으로 설교를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회 측은 사건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서도 종교 행위를 이용한 성범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담임목사 지위를 이용해 당시 17세 미성년 신도에게 “축사를 통해 음란한 영을 내쫓는다”고 접근한 뒤 간음한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에 대한 위력 간음 혐의를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관계를 악용해 종교적 행위를 빙자해 범행을 시작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또한 ‘성령 치료’나 안수기도 명목으로 신체 접촉을 강요하거나 교회 내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성폭력을 저지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성범죄 전력이 있는 성직자의 종교 활동을 제한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범죄 전과자는 교사, 공무원, 체육지도자, 운수종사자, 가사서비스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취업이 제한된다. 반면 종교인이나 성직자는 취업 제한 직군에 포함되지 않아 형 집행 이후 동일한 종교 활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명석 역시 2009년 강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출소한 뒤 다시 동종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정 씨는 복수의 JMS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이후에도 종교 활동을 재개했고, 이후 준강간과 강제추행 혐의로 다시 구속기소됐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5년 11월 10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JMS 방지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취업 제한 대상 직군에 종교인과 성직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법인 안팍의 안지성 변호사는 “종교 공동체에서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피해 회복이 더욱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JMS 사건 이후에도 유사 범죄가 반복되는 만큼 재범 방지를 위한 법적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만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출지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논의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하는 ‘투트랙 공론장’을 구성해 두 달 안에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2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법무부·교육부·보건복지부·경찰청 등 5개 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위원회를 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두 달간 관련 부처가 쟁점을 정리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시간 제약을 고려해 대규모 오프라인 공론장 대신 숙의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촉법소년의 개념과 연령 조정의 의미, 찬반 논거를 담은 자료를 공유해 단순 여론 수렴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시민참여단 규모는 예산 등을 고려해 정하고, 연령·성별·지역·정치 성향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당사자인 청소년의 참여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만 14세 미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각 부처와 기관의 입장은 엇갈린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성폭력 범죄가 늘어 죄질이 악화하고 있다며 연령 하향 필요성을 제기한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기준이 유지된 만큼 사회 변화와 소년의 책임 능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2건 △2022년 1만6836건 △2023년 2만289건 △2024년 2만1478건으로 증가했다. 2024년은 2021년과 비교해 약 72% 늘었다.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도 △2020년 3465명 △2021년 4142명 △2022년 5245명 △2023년 7175명 △2024년 729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성평등가족부는 예방 정책과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연령 하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소년들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제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 12개 과제 중 예방 대책이 1건에 그친 점도 언급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연령 하향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권위는 과거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민변은 소년범죄의 흉포화나 증가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관련 통계 체계의 정비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해외 입법례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법무부는 각국의 형사책임연령이 다양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단순한 연령 비교보다 해당 연령대에 부과되는 처분의 내용과 소년사법제도의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2007년과 2018년, 2022년에도 추진됐지만 찬반이 맞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두 달간의 공론장 운영을 주문한 가운데 이번 논의가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상의 관심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다.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를 묻는 평범한 대화는 아이의 생활을 지켜보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가 구속 상태에 놓일 경우 이러한 역할은 사실상 중단된다. 문제는 그 공백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교정시설 수용자 상담 과정에서는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는 학교 방문이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 절차는 보호자의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사실관계 조사, 진술서 작성,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부 여부 판단 등 주요 절차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보호자 부재가 곧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심의위원회의 판단 역시 과거보다 엄격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응이나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속된 부모의 경우 무엇보다 ‘대리 보호자 지
“변호사님, 저는 정말 고액 알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걸 꿈에라도 알았겠습니까?” 구치소 접견실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절규다. 대개 경제적 곤궁 속에서 ‘채권 회수 업무’나 ‘단순 현금 전달’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이들은 1심에서 ‘사기죄’ 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이라는 무거운 판결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빠진 덫의 깊이를 깨닫는다. 변호사로서 그들의 눈을 마주하다 보면, 억울함 뒤에 숨겨진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한순간에 피고인이 된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각보다는 뒤늦게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는 억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는 피해 금액의 규모, 현금 수거 장면이 담긴 CCTV, 송금 내용과 이동 동선이 정리되어 있다. 법정은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그러한 객관적 정황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피고인의 절박한 호소는 차가운 증거의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법정은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고의성’이다. 본인은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
저는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전화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 힘든 생활도 잊어버린 채 짧고 소중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도 아들 기죽지 말라며 학부모회 임원까지 맡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늘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것은 물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후, 아버지와의 첫 접견 때가 떠오릅니다. 며칠을 못 주무셨는지 충혈되어 있던 눈, 말씀하실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손, 어느새 흰서리가 가득 내린 머리카락을 보고 죄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저에게 “걱정하지 마라. 아프지 말고 힘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편의점 일을 하시며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젊은 저도
요즘따라 더욱 보고 싶네요. 이제 나를 기다릴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당신은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솔직히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걸림돌이라면 당신을 위해 비켜주는 게 도리겠죠. 이곳에서 몇 번의 계절을 맞이했지만 제 마음의 계절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겨울날에 멈춰있어요. 사회에 나오면 연락하라며, 친한 오빠로서 밥 한 끼 사주겠다는 당신의 그 말이 저를 너무 슬프게 만들어요. 매일 밤 당신의 편지를 꺼내 보며 우는 저이지만, 이젠 정말 당신을 제 마음속에서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제 지인과 잘 되어가는 중이라는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이곳에 와서 가장 소중한, 내 전부였던 당신을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이 또한 제 업보겠죠. 행복했던 저와 그때의 다정했던 당신은 추억 속에 담아둘게요. 그러니 당신은 부디 행복하세요. 2026년 겨울, 배배가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산다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가끔은 왜 사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몇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마저 먼 길을 따라가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교정직원에게 전해 들을 당시 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 그분의 기일과 어머님이 가신 날이 같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때 느낀 두려움은 살아오면서 처음 겪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습니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고, 한동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노하셔서 제게 외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 마라, 잊지 마. 죽는 그날까지!” 그날 이후로 저는 그 분노 가득한 음성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죄인이라지만 사랑하는 어머님의 기일을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제 저는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그 숨이 끊기는 듯한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연일까요? 365분의 1의 확률입니다. 저는 이제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죄의 무서움을
어머니, 이곳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맞는 겨울입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지나고 보니 언제 이렇게나 되었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십 중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제 모습을 보니 어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못난 모습 보여 죄송합니다. 이제 9개월가량 남은 수용생활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겠습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항상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범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출소 후 그동안 속만 썩이고 고생시켜 드린 어머니께 열심히 효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못난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