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을 통해 지인을 경찰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협박한 조직폭력배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방송을 이용한 공개 협박이 사법 절차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조직원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칠성파 소속 20대 B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도피 중이던 A씨를 숨겨준 여자친구 C씨에게는 범인은닉 혐의가 인정돼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9일 지인 D씨가 진행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피해자 E씨를 겨냥해 폭력을 행사할 것처럼 말하며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D씨와 E씨는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조사됐다. 카드 결제 후 수수료를 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E씨의 제보로 D씨가 경찰 단속에 적발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세 사람은 ‘전자발찌를 찬 200억원대 카드깡 총책’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E씨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할 듯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다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조직원의 부탁을 받아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하고 금품을 요구한 일에도 연루돼 있었다. 수사망을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C씨는 같은 달 18일 수배 중이던 A씨를 자신의 주거지에 머물게 하고 경찰에는 귀가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C씨는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두 사람이 수개월간 동거해온 점을 들어 영장 발부와 지명수배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주도적 역할은 아니었던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한다”며 “그러나 보복 협박은 적법한 사법권 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C씨에 대해서도 "범인 은닉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B씨는 부산구치소 수용자 사망사건 피의자로 지난해 9월 7일 같은 방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해당 사건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2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속 수감 중인 재소자들이 고가 물품을 미끼로 외부 수발업체에 접견물과 영치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발업체는 교도소 수용자를 대신해 접견을 진행하거나 물품 전달 등을 대행하는 민간 서비스 업체다. 24일 수발업체를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B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이 거액의 사기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B씨는 편지에서 “영치통장과 입소 당시 맡긴 고액 물품에 압류가 들어올 수 있다”며 “현재 영치돼 있는 1억 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가 압류될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어 “가족이나 지인은 믿을 수 없다”며 외부에서 대신 시계를 판매해 현금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판매가 성사되면 대금의 7%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또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신뢰가 생겨야 한다”며 접견을 요구했고, 접견 시 필요한 책과 물품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B씨가 요구한 약 30만 원 상당의 접견 물품을 준비해 지방에서 수원구치소까지 이동해 면회를 진행했다. 이후 시계를 넘겨달라고 요구하자 B씨는 “반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사정이 있으니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 오늘은 그냥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찜찜함을 느꼈지만 수번과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상태여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며칠 뒤 다시 편지가 도착했다. B씨는 “반출보고서를 제출했으니 다시 접견을 와 필요한 물품을 넣어주고 시계를 가져가라”고 했다. A씨는 지난 4일 다시 구치소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B씨는 추가 접견 물품과 동료 수용자들이 먹을 음식까지 요구했다. A씨는 “시계를 판매한 뒤 정산하면 된다고 생각해 요구를 들어줬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반출 절차를 거쳐 시계를 전달받았고, 곧바로 인근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사는 시계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 제품은 10만 원 상당의 가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억대 명품이라던 시계는, 전문가의 한마디에 단숨에 ‘10만 원짜리 모조품’으로 전락했다. A씨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설마 했는데 그대로였다”고 토로했다. 실제 본지가 재소자 B씨와 A씨가 주고받은 편지와 1억 원 상당이라고 주장된 시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시계는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A씨는 즉시 B씨에게 편지를 보내 사실 여부를 따졌고, 이후 B씨는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씨가 그동안 지출한 비용의 반환을 요구하자, B씨가 오히려 “시계를 다시 교도소에 영치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수발업체 운영자 C씨 역시 유사한 일을 겪었다. C씨는 재소자 D씨로부터 “집에 금 300돈이 있는데 가족이 없어 처분이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D씨는 “열쇠 위치와 금 보관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대신 처분해주면 5%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접견을 와 음식물과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통장이 압류돼 영치금이 없다는 이유였다. C씨는 접견을 통해 D씨의 얼굴을 직접 확인한 뒤 안내받은 주소지로 향했다. 현장에서는 D씨가 말한 위치에서 실제로 열쇠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러나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집주인이 “누구냐”고 외치며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확인 결과 해당 주택의 실제 소유주와 D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수감 전 해당 주택을 절도 대상으로 물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하마터면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받을 뻔했다”며 “자칫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수용자가 ‘고가 물품 보관’ 등을 내세워 접견물품·영치금 제공을 유도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기죄는 기망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고, 그 결과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견물품이나 음식물, 영치금 역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만큼 실제 제공이 이뤄졌다면 그 제공분에 대해 기수로 평가될 수 있다”며 “설령 억대 명품이나 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허위 사실을 믿고 재산적 처분행위를 했다면 그 자체가 편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력을 여성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60억원 규모의 수표를 위조한 30대 회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30대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제작한 위조 수표를 사용한 혐의(위조 유가증권 행사)로 A씨의 옛 연인 20대 B씨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는 2021년 8월 인쇄소 업자에게 “유튜브 촬영용 소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속여 100만원권 수표 6000여 장을 인쇄하도록 한 뒤 총 60억원 상당의 위조 수표를 제작·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인쇄소에서 일반 수표와 비슷한 재질의 용지를 선택해 동일한 크기와 두께로 인쇄했으며, 포토샵을 이용해 기존 수표에 있던 일련번호를 지운 뒤 무작위로 추출한 57개의 새로운 일련번호를 삽입해 위조 수표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인쇄소 측은 해당 수표 뒷면에 가짜 수표임을 표시하는 ‘견본’이라는 글자를 새겼으나 A씨는 여기에 자신의 인감도장을 찍어 실제 수표처럼 위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회사원 신분을 숨기고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로 행세하며 여러 여성을 만났다. 그는 지갑에 다량의 위조 수표를 넣고 다니며 자신을 서울 유명 대학 출신이자 청담동에 거주하는 인사인 것처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년간 이어진 A씨의 범행은 교제하던 여성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의 옛 연인 B씨는 A씨와 동거하다 헤어진 뒤 집에서 몰래 챙겨 나온 위조 수표 4묶음(약 4억원 상당) 가운데 일부를 현금화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지난해 7월 군포시의 한 은행에 위조 수표 5매를 제시하며 계좌 입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이 일련번호 오류 등을 통해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전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았을 뿐 위조 수표인 줄은 몰랐다”고 허위 진술했으며, 휴대전화를 교체한 뒤 A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술을 맞추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준 혐의도 받는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A씨 역시 경찰 출석을 거부하고 B씨에게 거짓 증언을 지시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6개월 넘는 수사 끝에 지난 6일 B씨를 긴급체포했으며, 이후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A씨 차량 트렁크의 스페어타이어 적재 공간에서 위조 수표 5600여 매를 발견해 압수했다. 또 B씨의 주거지에서도 300여 매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제작한 위조 수표가 실제로 시중에 유통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금융 질서를 훼손하는 지능범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경찰 여청수사팀에서 근무 중인 경찰대 동기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보다 긴장된 목소리였다. “이번 사건은 폭행과 협박이 명확한 강간 사건이야.” 그 한마디에 수사관으로서의 무게가 전해졌다. 명백한 폭력과 강제성이 동반된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은 형사사법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런 사건일수록 수사관들은 더욱 신중하고 단호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성범죄 사건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물리적 폭행이 분명한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관계의 해석, 동의의 범위, 당시의 상황 인식 등을 둘러싼 다툼이 쟁점이 되는 사건들이 많다. 변호사로서 체감하기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 관련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상담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는 명백한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사안도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관계의 기억이 달라지거나 사후적 감정 변화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와 재판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나는 매주 1회 직접 접견하면서 구속된 피고인을 만난다. 화려한 광고를 보고 큰 로펌을 찾아갔는데 수임료를 낸 이후부터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지어 재판 때마다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정작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실제로 직접 구속된 피고인을 매주 만나다 보면 접견실에서만 발견되는 진실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논리는 바로 이 ‘접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건의 진짜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수사 기록에는 경찰과 검사의 시각으로 정리된 ‘사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 한 줄의 기록에 숨어 있던 모순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며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형사변호의 시작이다. 실제로 내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두 번째 접견 때 피고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죄 판결의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
“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저는 일주일 중 한 번 있는 전화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허락된 시간은 단 5분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 힘든 생활도 잊어버린 채 짧고 소중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셨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도 아들 기죽지 말라며 학부모회 임원까지 맡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면 늘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에 원하는 과에 입학한 것은 물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교도소에 들어온 후, 아버지와의 첫 접견 때가 떠오릅니다. 며칠을 못 주무셨는지 충혈되어 있던 눈, 말씀하실 때마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손, 어느새 흰서리가 가득 내린 머리카락을 보고 죄스러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저에게 “걱정하지 마라. 아프지 말고 힘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동생과 함께 편의점 일을 하시며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젊은 저도
요즘따라 더욱 보고 싶네요. 이제 나를 기다릴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당신은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솔직히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걸림돌이라면 당신을 위해 비켜주는 게 도리겠죠. 이곳에서 몇 번의 계절을 맞이했지만 제 마음의 계절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겨울날에 멈춰있어요. 사회에 나오면 연락하라며, 친한 오빠로서 밥 한 끼 사주겠다는 당신의 그 말이 저를 너무 슬프게 만들어요. 매일 밤 당신의 편지를 꺼내 보며 우는 저이지만, 이젠 정말 당신을 제 마음속에서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제 지인과 잘 되어가는 중이라는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이곳에 와서 가장 소중한, 내 전부였던 당신을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이 또한 제 업보겠죠. 행복했던 저와 그때의 다정했던 당신은 추억 속에 담아둘게요. 그러니 당신은 부디 행복하세요. 2026년 겨울, 배배가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산다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가끔은 왜 사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게 됩니다. 몇 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몇 개월 후,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마저 먼 길을 따라가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교정직원에게 전해 들을 당시 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 그분의 기일과 어머님이 가신 날이 같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때 느낀 두려움은 살아오면서 처음 겪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였습니다.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고, 한동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노하셔서 제게 외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 마라, 잊지 마. 죽는 그날까지!” 그날 이후로 저는 그 분노 가득한 음성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죄인이라지만 사랑하는 어머님의 기일을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날이 오면 이제 저는 저로 인해 돌아가신 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유가족의, 그 숨이 끊기는 듯한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과연 우연일까요? 365분의 1의 확률입니다. 저는 이제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죄의 무서움을
어머니, 이곳에 와서 벌써 네 번째 맞는 겨울입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지나고 보니 언제 이렇게나 되었나 싶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사십 중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제 모습을 보니 어머니께 죄송스럽습니다. 못난 모습 보여 죄송합니다. 이제 9개월가량 남은 수용생활을 절대 허투루 보내지 않겠습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항상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범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출소 후 그동안 속만 썩이고 고생시켜 드린 어머니께 열심히 효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못난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