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은 단순한 사적 일탈이 아니라 성매매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범죄의 출발점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 신체 노출 계정을 상대로 “보내줘”, “따로 만날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적 접촉을 시도한 계정의 주인이 현직 변호사로 추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A변호사로 추정되는 한 SNS 계정 사용자는 신체 노출 수위가 높은 여성 계정들을 상대로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직접 남기며 별도 연락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용자는 “몸매 끝내준다”, “보내줘”, “따로 만날까” 등의 표현으로 노출 사진을 요구하는 한편 개인 카카오톡 아이디를 직접 남기며 메신저를 통한 별도 연락을 유도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남겨진 해당 아이디를 카카오톡에서 검색한 결과 A변호사의 계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해당 변호사는 평소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특정 대학 출신임을 강조하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본지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변호사에게 해당 SNS 계정의 본인 여부와 관련 메시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또 해당 변호사가 팔로잉 한 목록에는 ‘근처 즉석 만남’, ‘OO부부’, 유부녀 XX’, ‘X치는 방송’ 등 성적 의미를 연상시키는 계정명이나 성적 자극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계정들이 포함돼 있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생활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SNS에서 개인 메신저 아이디를 공개적으로 남기며 별도 접촉을 유도하는 방식은 조건만남에서 흔히 사용되는 접근 방식”이라며 “이를 법조인이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 조건만남이나 금전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업윤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변호사는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문직인 만큼 개인 계정이라 하더라도 성적·도발적 뉘앙스의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행위는 전문직으로서의 품위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변호사는 성매매특별법 등 성범죄 관련 법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위치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금전뿐 아니라 숙박 제공, 교통비, 선불금 등 재산상 이익 전반을 성행위의 대가로 폭넓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건만남으로 비화될 수 있는 방식의 접근 자체가 직업윤리와 법질서 인식에 대한 의문을 낳는 이유다. 조건만남을 둘러싼 범죄는 이미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를 미끼로 접근한 뒤 협박과 갈취로 이어지거나 장기간 성착취로 확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대로 조건만남을 가장해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기나 몸캠피싱 등 사이버 범죄 역시 유사한 구조에서 출발한다. 미성년자가 연루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실제 성행위가 없더라도 유인이나 권유 정황만으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채팅 앱과 SNS 대화 기록은 디지털 증거로 남기 때문에 사후 수사를 통해 적발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현행 변호사 징계 규정만으로는 징계로 이어지기 쉽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다만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변호사의 직업윤리 측면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접근 방식 자체가 성매매나 성착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위치에 있는 변호사가 이러한 행태를 보인다면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직업윤리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청 폐지를 6개월 앞두고 검찰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3월이 지나기도 전에 퇴직 검사 수가 이미 지난해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과 특검 파견이 겹치면서 일선 검찰청에서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퇴직한 검사는 총 58명이다. 최근 사의를 밝힌 저연차 검사들의 사표 수리가 이어질 경우 이달 말까지 퇴직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퇴직 검사 수는 175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평검사만 66명에 달했다. 특히 근무 기간 10년 미만 검사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2021년 22명 수준이던 퇴직자는 지난해 5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특검 파견 인력까지 더해지면서 현장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지난 25일 기준 5개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는 총 67명으로 집계됐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각각 23명, 해병 특검 8명, 상설특검 2명, 종합특검 11명이다. 파견 인력과 올해 퇴직 인원을 합하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인천지검(106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인력 공백이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평일 야근과 주말 근무를 이어가도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원 35명 중 실제 수사 검사는 8명, 공판 검사는 4명뿐”이라며 “특검과 합수본 등으로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을 넘고, 불기소 사건도 100건 이상 쌓여 있다”며 “신규 사건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최근 수사 검사 2명이 추가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또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는 검사가 쓰러져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다른 후배 검사도 응급실을 찾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유지되더라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수도권 모 지청의 경우 검사 1명당 담당 사건이 700건을 넘고, 다른 지청도 400건 이상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장검사는 “특검 파견 검사들이 복귀해 밀린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1년 이상 지연된 미제 사건은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30대 남성이 사건반장을 통해 공개된 ‘옥중 편지’와 관련해 “보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3차 공판을 오는 4월 21일 연다. A씨는 나나 자택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도 목적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인 나나와 모친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며 증인신문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A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구리시 아천동 소재 나나의 주거지에 침입해 모녀를 위협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나나 모녀는 몸싸움 끝에 A씨를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고급 주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A씨는 <더시사법률>에 편지를 보내와 주거침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도 목적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침입 당시 가방은 베란다에 있었고 빈집이라 생각해 빈손으로 들어갔다”며 “흉기를 들고 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또 언론에 공개된 편지와 관련해 “사건반장에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며 “유치장에서 알게 된 지인에게 보낸 편지가 방송에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기존 수사 결과와 다른 주장을 내놨다. A씨는 “모친과 몸싸움 과정에서 서로 밀고 당겼을 뿐 폭행은 없었다”며 “제발 그만하자고 사정을 했고 모친이 ‘OK’라고 해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직후 나나가 먼저 칼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나나를 상대로 고소한 경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로 인정된 부분에 의문이 있다”며 “위협하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했다. 초기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꿨다. A씨는 “나나 측이 병원비 등을 해결해주겠다며 4000만원을 제시하고 대신 흉기를 들고 온 것으로 진술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믿고 진술했지만 이후 상해진단서가 제출됐다는 말을 듣고 속았다는 생각에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인이 10만원을 넣어줘 세 달을 버텼고 교도소에서 영치금이 없는 수용자를 위해 지급되는 3만원도 지원받았다”며 “억울함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침입해 모친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나나 모녀의 대응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주장한 금전 제안이나 폭행 피해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나나 측 역시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소속사 써브라임은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의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며 “흉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으로 피해자와 가족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법원도 A씨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여성 두 명이 사는 집에 누군가 침입했는데 가만히 있겠느냐”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최근 도입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 법왜곡죄(형법 개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은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를 들여다보면, 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위험 요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던 영역을 일반 재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 보면 사법 통제 장치를 강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구제보다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문턱은 낮아졌지만, 인용 요건은 여전히 엄격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구는 폭증하고, 실제로 구제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입소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저였기에 모르는 것투성이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거나 눈치가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항상 제 옆으로 와서 조근조근, 알기 쉽게 설명해 준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입방 순서로 ‘방장’이 되었습니다. 다들 나이도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인데도 동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듣고 이들을 챙겨줍니다. 그런 동생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돌아갔고, 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 그때 동생이 정말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제 눈앞에서 넘어져 아파할 때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아픈 줄 알았습니다. 아파서 내는 신음 소리를 웃음소리로 생각했어요. 동생은 저를 잘 아는데, 저는 동생을 너무 몰랐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철없는 나를 위로하고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는데 정작 언니인 제가 위급한 순간에 도움을 못 준 것이 많이 미안합니다.
어머니는 제 인생의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게 승승장구했던 우리 집이었지만, 2000년대 초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이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한쪽까지 잃으셨지요. 우리 집의 기둥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초능력자인 듯 나서서 집을 일으키셨습니다. 일을 하고, 우리 형제를 돌보고, 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도맡으시며 그렇게 젊은 나날을 흘려보내셨지요.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이다, 교복이다, 급식이다, 학비다 뭐다 돈 들어가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그 모든 걸 다 주셨지요. 그래서 어머니가 고통도 느끼지 않는 슈퍼우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꼭 어머니께 받은 바 은혜를 갚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죄를 짓고 부모님께 더없는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그리고 제게 피해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다며 귀를 닫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잔소리가 그리워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그때 조금만 더 귀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함께할 시간을 미뤘다. 이제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텔레비전 속 음식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다. 한여름의 시원함과 한겨울의 따뜻함도 늘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야 그 평범했던 편안함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참는 법을 모른 채 성질대로만 살아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악물고 참는 법을 배운다. 늦게 배운 인내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힘든 일은 피하고 요행만 바라며 살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그 선택들로 인해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 사실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왔
거기는 힘든 건 없는지, 지낼 만한지, 한 번쯤은 와줄 만도 한데 어째 한 번도 오지를 않냐…. 그러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곧 있으면 네가 떠난 지 6년이 된다. 네가 그렇게 갈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하던 일 다 제쳐두고 너를 만나러 갈걸 싶어 늘 후회하고 있다. 그랬다면 네가 떠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널 보내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너와 난 어릴 적에 크면 소방관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자고 약속했었지. 하지만 난 힘들다며 포기했고, 너만 홀로 우직하게 약속을 지켜내려 노력했었어. 그러다 22살이 되던 해에 친구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네가 소방관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가 생각나. 같은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기뻐했지만, 내가 포기한 약속을 지켜낸 널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그래서 일부러 더 격하게 축하해 줬었어. 그리고 속으론 늦게라도 너와의 약속을 지켜 너와 같은 소방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임용 준비를 하던 중 오랜만에 안부도 물을 겸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네가 아닌 어머니께서 대신 전화를 받아 네 순직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가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