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29일, 여수항에서 출항해 5일간의 어업을 끝낸 제7태창호(67t급)는 뱃머리를 제주 쪽으로 돌렸다. 평소대로라면 여수로 회항해야 했지만, 선장 A 씨와 선원들에겐 모종의 약속된 일이 남아 있었다. 10월 6일 0시, 제주 마라도 남서쪽 110마일 해상에 태창호가 도착하자 중국 저장성에서 출항해 먼저 도착해있던 목선 한 척이 바짝 따라붙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바다 위에서도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두 척의 배가 접선에 성공하자, 목선에 있던 60명의 사람들이 태창호로 재빠르게 올라탔다. 밀입국 현장이었다. 사건이 있기 열흘 전, 태창호의 선장 A 씨는 전남 여수시의 한 다방에서 밀입국 브로커 B 씨를 만나게 된다. 먼저 제안한 쪽은 B 씨였다. 조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 밀입국자를 태워 달라는 얘기였다. 사례금은 3,000만 원, 9명의 선원 각자에겐 100만 원씩을 제안했다. A 씨는 브로커의 제안에 따라 29일 출항을 결심한다. 10월 7일, 밀입국자를 태운 태창호는 순항하며 완도 근해로 접어들었다. 해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밀입국자들은 그물 창고로 쓰던 어창에 25명, 물탱크에는 35명으로 나눠 숨었다. 선원들은 완벽한 밀폐를
‘박사방’ 운영자로 징역 42년이 확정된 조주빈(29)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물 제작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9-1부(공도일·민지현·이재혁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항소심에서도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으며, 성관계는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와 연인관계이고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피해자 주장은 일관되게 피고인과 연인관계에 있는 게 아니다, 연인관계처럼 보이게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강제와 협박에 의해서 성관계를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데다가 영상물을 봐도 피해자가 피고인 지시라든가 명령에 따라 마지못해 순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인관계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해선 "피고인은 범죄집단 조직 혐의 등으로 징역 42년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범죄로 4개월을 받은 상태에서 경합범
사건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피의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받고 경찰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현직 경찰 간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52)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범인도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함께 기소된 대출중개업자 A 씨(43)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A 씨에게 “모든 사건을 불기소로 처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2억 원 이상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A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로 주소지를 옮기자 A 씨가 피의자인 사기 사건 16건을 넘겨받아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기 사건 16건의 총 피해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검찰이 확보한 카카오톡 및 문자 메시지에는 정 경위가 A 씨에게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버릴 테니까”, “절대 구속 안 되게 할 거야”라며 '내년부터 수사권 독립되고 바뀌는 시스템은 A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자신의 아들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8세 치매 노인에게 검찰이 징역 24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오창섭)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88)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재범 위험성도 존재한다”며 보호관찰 필요성을 강조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6시 40분경, 경기 양주시 고암동 자택에서 60대 장남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쓰러진 B 씨를 발견한 A씨의 아내는 즉시 둘째 아들 C 씨에게 연락했고, C 씨는 집 내부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후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구조대는 CPR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B씨는 끝내 숨졌다. B 씨는 사건 발생 약 1년 전부터 부모 집에서 함께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찌른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능성도 있다”며 “고령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기·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자신의 종교시설 ‘하늘궁’ 부동산에 540억 원 규모의 ‘셀프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검찰과 경찰이 협력해 전 재산을 기소 전 동결했다. 12일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허 대표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하늘궁 부동산과 관련 법인 주식, 예금 등 자산 전반에 대해 추징보전 필요성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 대표는 지난해 12월 하늘궁 부동산에 대해 자신이 1인 주주인 주식회사 하늘궁과 초종교하늘궁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하늘궁 부동산에 설정된 2건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각각 약 256억 원, 286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허 대표가 범죄수익 환수를 피하려 선순위 채권자 지위를 스스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의정부지검은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허 대표 명의 자산 전액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0일 이를 인용했다. 허 대표 측은 '해당 금액은 횡력금이 아니라 부동산을 담보로 주식회사에서 빌린 돈이었기 때문에 근저당을 잡았다'는 취지로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대표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사용하겠다며 102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건설 시행사 대표가 국내로 강제 송환돼 범행 20년 만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11일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102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 시행사 대표 정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2005년 또는 2006년 무렵에 범행을 저질렀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해자가 정 씨를 출국 직후 고소했고, 정 씨가 캐나다 출국 이후 입국하지 않다가 범죄인도절차를 통해서야 강제 송환된 사실, 가족들은 캐나다 출국 이후에도 수시로 국내에 입국했으나 정 씨는 입국하지 않은 점, 특히 캐나다 출국 전 피해자에게 사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시인서를 교부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공소시효는 캐나다에 출국해 있는 기간 동안 중단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배척했다. 또한 정 씨가 사기와 편취의 고의,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두고는 “당시 정 씨가 피해자에게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 점에 비춰 미
“보험사기가 명확히 보이는데도, 보험금부터 지급하라니 답답할 뿐입니다.” 국내 한 보험사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 팀장의 하소연이다. 고의사고와 허위 청구가 의심되는 사건을 눈앞에 두고도, 정작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객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의 협조도 미흡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와의 싸움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상황이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4월 SIU 책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0%는 보험사기 적발 건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해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법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보험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한 증거 확보의 제약이다. 조사에 응한 SIU의 49.2%가 이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어 수사기관과의 공조 지연(29.5%), 제한된 조사 권한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SIU 팀장들은 “수사기관의 협조가 원활하다”는 응답이 한 명도 없으며, 절반 이상이 수사기관과의 협업을 ‘비효율적’ 또는 ‘보통’
법무부 교정본부의 수장을 맡아 2년 9개월간 재직하며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운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이 명예퇴직했다. 신 전 본부장은 2022년 9월 1일 교정본부장으로 취임해 약 3년간 전국 교정행정을 총괄해왔다. 교정본부장은 교정공무원 1만7천여 명 중 최고위직이며, 통상 임기는 2년 정도지만 신 전 본부장은 이보다 긴 기간을 재직하며 이례적인 장기 근무 기록을 남겼다. 그는 1996년 제3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 안양교도소장, 교정본부 보안정책단장, 광주교정청장 등을 역임하며 교정행정 전반을 두루 거쳤다. 퇴임에 앞서 별도의 퇴임식은 생략하고, 교정본부 직원들과 간단히 소회를 나눈 뒤 조용히 법무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본부장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구속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관리를 총괄한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의혹과 관련해 서울동부구치소 직원 비상 소집 지시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국회에 출석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직에서 물러나기 직전에는 ‘제43회 교정대상
현직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피고인 관련 청탁 정황을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 등 13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하던 중, 피고인 A씨에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잘 살펴봐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며 "청탁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A씨는 “청탁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장 판사는 청탁자의 실명과 직위를 직접 언급하며 “전남 모 농협에 근무하는 B씨가 당신 사건을 언급하며 전화까지 해왔다. 어떤 사이길래 나한테 직접 청탁 전화를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B씨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다른 지인에게 사건을 말했는데, 그 사람이 B씨에게 전달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정말 죄송하다. B씨와는 2~3번 정도 만난 사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판사는 "B 씨는 나에게 당신이 육촌 사촌이라고 했다. 몇다리 거쳐서 청탁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이 어느 때라고 감히 청탁을 하느냐"며 실무관에게 방금 전 나눈 모든 질의응답을 사건 조서에 남기도록 지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려는
24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11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5)는 제12형사부(재판장 김도형)에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제출했다. A씨는 2001년 9월 8일 새벽 공범 1명과 함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 B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1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피해자 아내를 결박할 때 사용된 검은 테이프 등 증거물을 수거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DNA 검출에 실패했고 CCTV에서도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경찰이 재분석을 의뢰한 결과, 테이프에서 A씨의 DNA가 나왔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고, 수감 중이던 A씨가 피의자로 특정됐다. 이에 경찰은 2021년 A씨를 안산지청에 송치했고, 사건은 1주일 만에 전주지검으로 이관됐다. 이후 수사기관은 A씨 주변인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보강 수사를 진행했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피고인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더 시사법률]에 보낸 편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