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법 적용 확대에 일상 갈등까지 형사화…기소는 5건 중 1건

‘분쟁 영역’ 확대…적용기준 과도
판례 엇갈려 예측 가능성도 저하

 

층간소음 등 일상적 생활 갈등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한 신고가 늘고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의 포괄적 구조가 과잉 신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스토킹범죄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1만 438건이던 접수 건수는 지난해 1만 5222건으로 늘었다.

 

반면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같은 기간 2097건에서 2234건으로 증가 폭이 제한적이었다. 약 5건 중 1건만 기소된 셈이다. 불기소 처분은 2023년 1910건에서 2025년 3045건으로 크게 늘었다. 신고는 증가했지만 실제 범죄로 인정되는 비율은 낮은 구조다.

 

스토킹처벌법은 경범죄처벌법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비판 속에서 2021년 제정됐다. 이후 강력범죄를 계기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어졌다. 하지만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상적 갈등까지 형사 사건으로 비화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층간소음 분쟁은 경범죄처벌법상 인근 소란이나 지속적 괴롭힘 등의 조항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벌 수위도 벌금이나 과료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반복적인 항의 행위가 ‘불안감 유발’로 해석되면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행법은 스토킹 행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의사에 반해 특정 행위를 반복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접근·추적, 주거지 인근 대기, 정보통신망을 통한 메시지 전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찾아가 항의하는 행위도 상황에 따라 스토킹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문제는 처벌 규정이 광범위하게 설정돼 동일한 유형의 분쟁에서도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판결도 사안마다 엇갈린다. 2024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층간소음 갈등 과정에서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11차례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복성과 거부 의사 이후의 접근을 중시한 것이다.

 

반면 2025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현관문에 포스트잇과 편지를 여러 차례 부착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행위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분쟁 해결을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토킹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동일한 층간소음 갈등이라도 행위 방식과 반복성, 상대방의 의사 표시 여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명확한 기준이 부족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현행법은 ‘불안감’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생활 분쟁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반복성, 위해 가능성, 관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잉 신고를 걸러낼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한 문제 제기와 범죄 행위를 구분하지 못하면 갈등 해결 과정이 형사 절차로 과도하게 이동할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