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된 경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절차적 권리 보장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유죄 확정은 유지될 수 없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대출을 미끼로 접근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와 체크카드를 넘기고 피해금 일부를 인출해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적장애인의 신분 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수십 차례에 걸쳐 약 17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재판 도중 도주한 점 등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해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자신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사건을 다시 살폈다.
재판의 쟁점은 특례법상 불출석 재판 요건이 충족됐는지와 피고인의 불출석에 귀책사유가 있는지, 상고권 회복을 통한 상고가 가능한지 등이 문제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돼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고권 회복 절차를 통해 상고한 경우에도 같은 사유가 있으면 원심을 파기할 수 있다고 봤다.
현행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고인이 불출석 상태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못했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1심 일부 공판에는 출석했으나 이후 기일에는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공시송달 방식으로 공소장과 소환장을 송달한 뒤 궐석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A씨는 판결 사실을 뒤늦게 알고 상고권 회복을 신청했다. 법원은 상고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 청구 사유가 있다"며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