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누명 피해 故 윤동일 국가배상 첫 변론

법원, 수사기록 제출 협조 요청
지난해 자백 신빙성 배척 '무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던 고(故) 윤동일씨 사건과 관련한 수사기록 확보가 국가배상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원이 기록 제출 협조를 요구하면서 당시 수사 과정의 위법성 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류승우 부장판사)는 28일 윤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유족 측은 윤씨가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잘못 특정된 데서 이번 소송이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불법 행위의 출발점이 용의자 오인에 있는 만큼 당시 수사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기록 확보 필요성에 공감했다. 재판부는 “통상 불기소 사건 기록은 검찰이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안은 필요하다면 현장 확인까지 검토해야 할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측에 문서 송부 촉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민사소송법 제352조의2는 문서 송부를 촉탁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협력해야 하며, 문서를 보관하고 있지 않거나 송부 촉탁에 따를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그 사유를 법원에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민사소송규칙 제113조는 법원·검찰청 등 공공기관이 보관하는 기록의 일부에 대해서도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확보되는 수사기록은 당시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국가 책임 여부를 가르는 주요 판단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같은 시기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도 지목돼 수사를 받았으나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체액과 윤씨 혈액의 감정 결과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살인 혐의에서는 벗어났다.

 

유족 측은 수사기관이 별건 사건을 구성해 기소로 이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후 윤씨는 구속 상태에서 수개월간 수용 생활을 한 뒤 출소했으며, 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1997년 26세의 나이로 숨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조사에서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자백 강요, 증거 조작 및 은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지난해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이뤄진 자백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역시 재심 결심공판에서 사과와 함께 무죄를 구형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7월 7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