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소자본으로 빌라를 매수해 임대사업을 벌이던 50대 남녀가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항소7부(임주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인정됐던 배상명령도 모두 취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 동구와 서구 일대 빌라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세입자 3명으로부터 총 1억5500만원의 보증금을 받은 뒤 반환하지 않았다고 봤다.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 점을 근거로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17년 약 6억5000만원 상당의 빌라를 매수하며 임대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기자본은 1억원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이후 추가 매수까지 이어졌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월세 수입에 의존했고 대출 원리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카드론까지 이용하는 등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최초 약 8억2000만원이던 감정가는 다섯 차례 유찰을 거치며 약 3억2000만원까지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1심은 “미필적으로 편취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징역 1년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피해자들에게 약 96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결과가 아니라 계약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임대차계약서에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이 포함돼 있었고 임차인들도 근저당권 설정과 경매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재판부는 “경매 낙찰가 하락 등 사정으로 결과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당시부터 편취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기존 법원 판단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법원은 임대차 보증금 사기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며 이후 경제 사정 악화로 반환이 어려워진 경우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단순히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 고의를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유지되고 있다. 다만 별도의 자력이나 소득이 없고 신규 임차인 유입이 끊기면 구조적으로 반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위험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와 재산상 이익 취득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계약 당시 인식과 의사가 입증돼야 한다는 점을 이번 판결이 다시 확인했다.
한편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원심의 배상명령도 함께 취소됐다. 법원은 유죄 판결을 전제로 하는 배상명령은 상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