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뒤집은 2심…김건희 공동정범 인정 이유는

‘단순 투자’ 아닌 시세조종 참여 판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에 대해 항소심이 1심보다 형량을 늘려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가조작 부분에서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하고, 금품수수 부분에서는 알선수재와 포괄일죄를 적용해 유죄 범위를 확대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일부만 인정됐던 금품수수 혐의는 항소심에서 전부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 2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나의 청탁 과정에서 이어진 일련의 행위로 보고 전부를 알선수재 범행으로 인정했다.

 

압수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몰수됐고 일부 금액에 대한 추징도 명령됐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1심은 김 여사의 일부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고, 시효가 남은 부분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단순 투자 또는 자금 제공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반면 항소심은 김 여사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구조를 인식한 상태에서 거래에 참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식 거래 경험을 갖고 있었고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일반적인 투자와 다른 수익 배분 구조를 설정한 점에 주목했다. 이어 매수·매도 가격과 시점을 맞춘 거래 형태가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단순히 범행을 돕는 수준을 넘어 직접 실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방조가 아닌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공소시효 판단에 대해 1심은 일부 행위를 개별적으로 분리해 시효가 지났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주가조작 행위를 하나의 범죄 흐름으로 이어진 포괄일죄로 판단했다.

 

이 경우 범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범행이 여전히 공소시효 내에 있다고 봤다. 또한 공범들이 순차적으로 기소된 점을 고려해 시효 정지 효력도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금품수수 부분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샤넬 가방 2개 중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청탁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2022년 4월부터 7월 사이 통일교 측이 전달한 가방과 목걸이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특정 사업 추진과 관련해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는 성격이 있었다”며 “ 명시적인 부탁이 없더라도 당시 상황과 관계, 금품의 액수 등을 종합하면 묵시적 청탁과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고가의 물품이 반복적으로 전달된 점을 근거로 이를 개별 행위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알선수재 범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금 제공과 거래 참여를 통해 시세조종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금품 수수 역시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