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소위원회 단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2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명문화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의뢰인의 자발적 승낙이 있거나 법률에 따른 예외 사유가 없는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 상담 내용이나 관련 자료에 대해 공개·제출·열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안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일부 수정을 거쳐 원만하게 합의 처리했다”며 “변호사법 제28조 제2항 단서에 포함돼 있던 업무상 작성 문건 관련 예외 조항은 제3항의 예외 규정과 중복된다고 보고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과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안도 함께 상정됐다. 다만 두 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반인권적
빈집을 털기 위해 침입했다가 80대 노인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됏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12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령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14일 0시 44분경 충남 아산시 온양동의 한 단독주택에 침입해 홀로 있던 8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집 앞에 차량이 없고 폭염에도 에어컨이 꺼져 있던 점을 보고 빈집으로 판단한 A씨는 침입 후 집 안에 피해자 B씨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다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B씨에게 발각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대전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동종 전과가 여러 차례 있는 상습 절도범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음에도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전의 정을 찾기 어려워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반성하는 점,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았던 점, 잦은 수감생활로 사회적으로 고립돼 곤궁한 상태에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강조해 온 ‘교정행정의 독립과 전문화’가 정작 장관 취임 이후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교정청 신설 법안을 잇따라 대표 발의하며 교정철 독립을 적극 추진했던 입장과 달리 최근 예산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정 분야가 대폭 삭감되며 교정현장의 인권·안전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교정행정의 병목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의 정책 후퇴는 구조적 문제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의원 시절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교정청 신설론자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 장관은 20·21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교정행정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2017년에는 교정공무원의 안전·복지를 위한 ‘교정공무원 보건안전·복지 기본법’을 추진했고, 2020년에는 법무부 소속 교정본부를 외청 ‘교정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까지 상정시켰다. 당시 정 장관은 “교정본부는 57개 소속기관과 1만6000여 명이 근무하는 거대 조직임에도 정책 자율성이 부족해 전문성 강화가 어렵다”며 “교정청 독립을 통해 재범방지 시스템과 개별 관리 체계를 구
변호사를 사칭해 항소취하서 등 소송 서류를 작성하고 의뢰인에게서 고급 외제차를 제공받은 법무법인 직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약 1천300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2019년 법무법인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의 항소취하서, 소장 변경신청서 등 소송 서류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인을 통해 피해자가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A씨는 “내가 변호사이며 지역 법률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사건 의뢰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소송 비용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고급 외제차를 넘겨받아 약 7개월간 이용하면서 리스료 1천500만 원가량을 피해자가 부담하게 하고, 현금 9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에서 A씨는 “차량은 호의로 빌려 받은 것이며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리스계약 담당 직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이 먼저 차량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고, 고가의 차량을 단순 호의로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석 허가율이 최근 3년간 30%대에 머물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 간 허가율 편차도 커지면서 “보석은 결국 법관 재량에 좌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2022년 27.1%, 2023년 29.3%, 2024년 30.5%로 최근 3년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보석을 청구한 5176명 중 허가를 받은 인원은 1580명에 불과했다. 10여 년 전인 2014년 허가율 39.5%, 2015년 38.0%와 비교하면 약 10%가량 하락한 수치다. 최근 전국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30%대 수준에 머무른다. 2024년 보석을 청구한 5176명 가운데 1580명(30.5%)이 허가를 받았다. 2023년에도 청구 인원은 동일한 5176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1516명(29.3%)이 허가됐다. 2022년에는 5008명 중 1358명(27.1%)이 보석을 허가받았다. 법원별 편차도 뚜렷했다. 지방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31.4%였지만, 고등법원은 24.1%, 대법원은 1.7%로 크게 낮았다. 보석 결정까지 걸린 기간 역시 지
검찰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인천지법 형사13부(김기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2)에게 “죄질이 극악하다”며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친아들을 치밀하게 계획해 살해했고, 다른 가족 구성원과 가정교사까지 추가로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 전후 정황을 종합해도 참작할 만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앞선 재판에서 아들 B씨(33)를 총기로 살해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나머지 가족 4명과 외국인 가정교사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했다. 피해자 가족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재판부는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20일 B씨의 송도 집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 모임 도중 사제 총기를 발사해 B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는 B씨와 아내, 자녀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총 6명이 있었다. A씨는 또 서울 도봉구 쌍
산책 중인 반려견의 목줄을 길게 잡아 보행자를 넘어뜨린 견주가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27·여)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7일 광주 동구의 한 산책로에서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해 70대 보행자 B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이동하던 중, 그중 한 마리가 마주 오던 B씨의 발목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과정에서 B씨가 목줄에 걸려 넘어졌다. 이 사고로 B씨는 목 등 부위에 골절상을 입었다. 수사기관은 A씨가 반려견의 목줄을 길게 잡아 사고 위험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증거에 비추어 피고인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과실 정도와 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을 종합하면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액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형법상 과실치상죄는 과실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처벌하는 규정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다. 한편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외출
재판에 불출석한 피고인에게 법원이 주소지 송달이나 전화 연락 등 개별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로 선고한 판결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공고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이 방식이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7)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23년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계책으로 활동하며 발신번호를 ‘010’으로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역할을 맡았고 검사 사칭 조직원과 함께 피해자들로부터 총 2억1152만 원 상당의 금품과 상품권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같은 해 9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A씨는 그해 11월 열린 항소심 첫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어 12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시 석방됐으나 정지기간 종료 후 구치소로 복귀하지 않고 잠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로부터 기존 거주지에서
‘수십 차례 사기 전력’이 있는 50대 여성이 또다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선고를 불과 몇 분 앞두고 남편이 피해금을 모두 변제하면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60대 전과자는 실형을, 그의 도피를 도운 지인들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3단독 황해철 판사는 지난달 26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54)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선고 시간 A 씨의 남편이 피해자 측을 찾아가 남은 피해금액을 변제한 점 등을 전화로 확인하며, 이 같은 형을 정했다. 반면 A씨와 함께 기소된 여성 B씨(67)는 사기와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개월과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B씨의 도피 과정에 가담해 범인도피 또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인 6명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A씨와 B씨는 교도소 수감 중 알게 된 사이로, 2021년 5월 원주시에서 지인 C씨로부터 약 7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범행에 동원한 D씨를 통해 C씨에게 거짓말로 돈을 빌리게 하고, 그 대가로 2000만 원과 5000만 원을
내년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 기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이관되는 가운데 중수청 근무를 희망하는 검사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외 직렬을 포함해도 중수청 근무 의사를 밝힌 비율은 6.1%에 그쳤다. 6일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5∼13일 실시한 검찰 제도 개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검사 910명 가운데 77%(701명)가 공소청 근무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수청 근무 희망 비율은 0.8%(7명)에 불과했으며, 18.2%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검사 외 직렬을 포함한 전체 검찰 구성원 5천737명 중에서도 공소청 근무를 선택한 비율이 59.2%(3천396명)로 절반을 넘었다.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6.1%(352명), ‘미정’은 29.2%(1천678명)로 집계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는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전담하게 되면서 신설되는 중수청의 인력 구성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들이 공소청 근무를 선택한 이유로는 △공소 제기 등 기존 권한 유지(67.4%) △직위·직급 유지(63.5%) △근무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