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만화를 연재하는 이모 씨(30대)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를 본 뒤 관련 만화 두 편을 연이어 공개했다. 평소 암기량이 많은 사회 과목이 싫어 이과를 선택했다는 그는 영화를 본 이후 역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의 만화에서 “이 영화를 보고 단종을 한 번이라도 검색했다면 성공한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12일 기준 누적 관객 1200만 명을 넘어선 ‘왕사남’은 예상 밖의 파장을 낳고 있다. 영화가 조명한 조선 6대 왕 단종의 비극적인 삶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며 이른바 ‘국사 공부 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유정난 이후 왕위에서 밀려나 유배된 단종의 삶이 역사 속에서 가려졌던 이야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는 단종의 생애와 당시 정치 상황을 설명하는 역사 콘텐츠들이 잇따라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1)는 부모를 모시고 영화관을 찾기 전까지 단종과 계유정난이 작품의 중심 이야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학생 때 국사 시간에 배운 조선시대 역사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관람 이후 “세조를 비롯한 세력과의 다툼 끝에 밀려나 목숨을 잃은 단종 등 인물들의 심정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며 엄흥도라는 인물이 실제 기록에는 어떻게 등장하는지, 사료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 한참을 읽어봤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성대모사를 따라 하게 됐다는 박모 씨(31)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유튜브 역사 강의와 포털, 챗GPT, 논문 사이트까지 찾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계유정난의 핵심 인물로 평가되는 한명회를 언급하며 “역사는 승자의 이름을 기록하지만 그 이름을 평가하는 일은 후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영향은 어린 관객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에 사는 지오 군(11)은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본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단종에 대해 몰랐는데 영화를 보면서 너무 슬퍼 울었다”며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집에 와서 단종 이야기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영화에 빠진 관객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단종사랑단’이라 부르며 관련 책을 읽거나 유배지를 찾아가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영화가 개봉한 지난 2월 4일 이후 한 달 동안 ‘단종’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65.4% 증가했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이광수의 장편소설 ‘단종애사’ 1954년 초판본 세트 예약 판매도 시작됐다.
도서관정보나루 통계를 보면 ‘단종애사’ 대출도 크게 늘었다. 개봉 전인 1월 28건이던 대출 횟수는 2월 들어 148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2년 동안 월 대출이 30건을 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영화 흥행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촬영지인 강원 영월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왕사남 촬영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지원여행사 손원하 대표는 “44인승 버스 당일 여행은 이미 만석이고 정선·영월·청령포를 도는 1박 2일 단종 역사 기행 상품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은 자가 이동이 많고 패키지 여행은 이동이 편해 50~60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왕사남’의 흥행은 단순한 관람 열기를 넘어 역사 콘텐츠 소비와 관광, 출판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파급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