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동일 행위 공범 무죄 확정 시 기소유예도 취소해야”

동일 사실관계서 다른 처분, 평등권 침해

 

소유권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범이 무죄를 확정받았음에도, 다른 공범에게만 절도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가 청주지검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모친 B씨와 함께 사망한 부친 C씨가 운영하던 조경회사 부지에 심겨 있던 시가 약 3억6800만원 상당의 향나무 8그루를 뽑아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B씨를 기소해 재판에 넘겼지만, A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는 남지 않지만 수사경력은 기록된다.

 

해당 향나무는 C씨가 회사를 운영하던 시기인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자신의 토지 일부에 식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식재 작업에는 회사 직원이 동원됐고, C씨는 그 대가로 약 940만원을 회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C씨가 2018년 사망하면서 토지는 배우자 B씨에게 상속됐고, B씨는 2020년 해당 토지를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향나무 8그루도 함께 매각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향나무가 회사 소유라며 A씨와 B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향나무의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B씨의 무죄는 확정됐다.

 

헌재는 이 같은 확정판결을 전제로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의 타당성을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지에 식재된 입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의 일부로서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이 지상권 설정 등 별도의 법적 조치를 통해 수목의 소유권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향나무가 회사 소유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공범인 B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이상 동일 행위에 가담한 A씨에게만 절도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A씨에게만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로, 헌법상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