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사법률>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제작사 스토리웹 대표이자 SBS 출신 최삼호 PD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PD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범죄·사건 중심 콘텐츠를 오랫동안 연출해 온 인물이다. 현재는 제작사 스토리웹을 이끌며 기존 범죄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서사와 해석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범죄를 “가장 극적인 논픽션”이라고 정의한다. 사건의 자극성보다 해소되지 않은 욕망과 관계의 왜곡, 자기중심적 사고가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데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범죄를 넘어 세대 간 단절과 가족 내 소통 부재를 완화할 수 있는 콘텐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최삼호 PD와의 일문일답이다.
Q. <더시사법률>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SBS라는 온실에서 편안하게 자라다가 지금은 비바람을 맞으며 야생에서 생존 투쟁을 하고 있는 최삼호 PD입니다.
Q. 범죄·사건 중심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해 오셨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원래는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이어서 대학 졸업 당시 신춘문예에도 도전했지만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이걸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PD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후에도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스토리가 매력적이려면 극적인 순간이 필요한데 그 핵심은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논픽션 가운데 사건, 특히 범죄는 가장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봤고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믿는 기준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아이템은 반만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절반을 모르면 두렵고, 절반을 넘으면 취재가 흥미롭지 않습니다. 적당히 모르는 부분이 있어야 취재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기고, 그 궁금증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합니다.
Q. SBS 출신 제작진과 함께 ‘스토리웹’을 설립하셨는데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와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인하우스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관리직으로 올라가거나 PD로서의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구조인데, 제 성향상 관리직은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PD로서의 시간이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나가 자유롭게 시도해보자는 판단을 했습니다. 나와 보니 환경은 녹록지 않았고 시장 상황도 쉽지 않았지만, 의사결정이 빠르고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다양한 범죄 사건을 다뤄 오셨습니다. 범죄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기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든 욕망은 존재하고, 공동체 안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욕망이 엇나간 방식으로 표출되면 범죄로 이어집니다. 특히 사회가 개인의 욕망을 더 억누르는 구조일수록 범죄는 더 빈번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Q.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을 꼽는다면요.
A. ‘구로동 카빈 강도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범인이 가족을 인질로 잡고 결국 모두 사망에 이른 사건입니다. 당시에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됐지만, 저는 ‘살해 후 자살’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족 관계와 위계 구조, 세대 갈등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65억 금괴 도난사건’입니다. 화재로 훼손된 사무실을 수리하던 인테리어 업자가 우연히 금괴를 발견한 뒤 이를 빼돌리면서 시작된 사건입니다. 이후 주변 인물들이 얽히며 범행이 드러났습니다. 금괴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드러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Q. ‘범죄자의 편지를 읽다’를 연출하게 된 계기와 기존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범죄 장르를 오래 다뤄온 입장에서 사건 자체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범죄자들이 직접 쓴 편지를 접하게 됐고, 이것이 새로운 콘셉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편지는 그들의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지에는 자기변명이 많지만 그 행간을 통해 감정이나 왜곡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통해 범죄를 해석하는 방식이 새로운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범죄자의 편지를 통해 드러난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입니까.
A.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객관적으로 관계를 보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해소되지 않은 욕망이 자기만의 논리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논리를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자기 객관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가정환경, 그리고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이 단절되면 개인은 자기 논리에 갇히게 되고 결국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Q.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사회 이슈나 향후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듣고 싶습니다.
A. 요즘은 세대 간 차이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특히 20대와 50대 사이의 사고방식 차이가 크다고 느낍니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가 더 진보적이고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주화 세대의 자식 세대가 왜 다른 방향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 내 소통 단절 문제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객관화의 출발점은 가족이라고 봅니다. 가족 안에서 대화와 소통이 이뤄져야 외부 관계에서도 건강한 관계 형성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와 자식 간 소통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과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제작하면서 방송을 보고 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했다는 시청자 반응을 접하고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범죄 콘텐츠가 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범죄를 넘어 세대와 관계의 단절을 완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