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을 오랫동안 다뤄온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의 중대 범죄 흐름을 이야기할 때 ‘처벌 강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짚는다.
딥페이크 영상과 불법 촬영물 유포,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는 피해 확산 속도가 빠르고 한 번 발생한 피해가 재판 종결 뒤에도 쉽게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범죄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차단과 플랫폼·금융기관의 책임, 피해 회복과 지원 체계를 함께 강화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곽 변호사는 특히 이런 범죄일수록 수사와 재판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범죄의 구조와 유포 경로, 가담 정도를 더 정밀하게 가려내는 한편, 피해 확산을 실제로 멈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곽준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딥페이크 영상이나 불법 촬영물 유포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가장 큰 특징은 피해가 사건 발생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리적 범죄는 행위가 끝나면 피해도 일정 부분 종결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영상이나 이미지가 한 번 유포되면 완전한 삭제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피해자는 범죄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 다시 유통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계속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확산 속도와 범위도 훨씬 빠르고 넓습니다. 특히 딥페이크는 피해자가 실제로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합니다.
결국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예방과 확산 차단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하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Q. 실무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를 기존 성범죄와 어떻게 다르게 보게 됩니까.
A.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증거의 성격입니다. 기존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영상이나 파일 자체가 남아 있기 때문에 범죄 사실의 존재보다는 유포 경위나 고의의 범위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도 초기에 얼마나 빨리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파일은 삭제되거나 변조될 수 있기 때문에 포렌식 분석과 유포 경로 추적이 핵심이 되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재판이 끝나도 영상이 계속 떠돌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절차의 종료가 곧 피해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Q. 보이스피싱 역시 피해가 빠르게 커지는 범죄인데, 최근 수거책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 흐름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최근 법원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점을 근거로, 수거책에게도 미필적 고의를 비교적 엄격하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보다 분명히 엄해진 흐름입니다. 다만 수거책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범행 횟수와 기간, 수거 금액의 규모, 범죄 구조에 대한 인식 정도 같은 요소를 구체적으로 따져 봅니다. 실제로 단 한 번 가담했고 범죄와의 연관성을 알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만 같은 역할이 아니라, 각 사람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가담했는지를 세밀하게 구분하는 일입니다.
Q. 그렇다면 수거책 사건에서 단순 가담과 적극적 관여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A. 가장 핵심은 범행 구조에 대한 인식 정도입니다. 단순히 지시를 받아 움직였는지, 아니면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 가담 횟수와 기간, 반복성도 중요합니다.
한두 번과 수십 번은 당연히 다르게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금액 규모와 본인이 취한 이익도 함께 봅니다. 또 생활고나 취업 사기 같은 사정 때문에 가담하게 됐는지도 살피지만, 이 역시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역할의 이름보다 실제 가담 방식과 인식 수준을 더 중요하게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디지털 성범죄와 보이스피싱은 모두 피해 확산이 빠르고 회복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형사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요.
A. 두 범죄 모두 사후 처벌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입니다.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과 통신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상 거래 탐지와 의심 계좌에 대한 신속한 지급 정지 같은 장치가 더 촘촘하게 작동해야 피해 확산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삭제와 유통 차단이 핵심입니다. 지금처럼 피해자가 직접 일일이 삭제를 요청하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불법 촬영물이나 합성물을 탐지하고 차단할 책임을 더 무겁게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결국 예방과 차단 의무를 사회 전체의 시스템으로 옮겨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끝으로, 이런 범죄에 대응하는 형사정책이 앞으로 어디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앞으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가 시작된 뒤 얼마나 빨리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재판 이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어떤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인지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와 보이스피싱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기술, 플랫폼,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타고 확산되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대응도 개인 처벌에만 머물지 말고, 초기 차단과 구조적 예방, 피해 회복 지원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