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에서 가장 첨예한 다툼이 발생하는 영역 중 하나는 ‘동의’의 존재 여부다. 특히 준강간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인식과 법적 판단 사이에 큰 간극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의 피고인은 분명히 합의된 관계였다고 호소하지만, 고소인은 당시 상황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될 경우 당시 상대방의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준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상황을 이용해 성관계를 가졌을 때 성립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쟁점은 ‘상태’다. 즉 상대방이 정상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여부가 유죄 판단의 기준이 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성관계는 바로 이 지점이 다툼이 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모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지는 않는다. 또한 같은 양의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취하는 정도와 판단 능력 저하의 수준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단순히 음주 사실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당시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이나 거부가 어려운 상태였는지를 구체
Q. 구속 시 압수된 물품과 금원은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별도 동의나 위임 없이 법률 대리인인 변호인에게 환부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속되어 신변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금액을 변호인으로부터 돌려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입니다. 1. 검찰이 압수물 환부금을 변호인에게 지급할 수 있는 것인지 형사소송법 제332조는 “압수한 서류 또는 물품에 대하여 몰수의 선고가 없는 때에는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게 되면 압수물을 소유자·소지자·제출인 등 “권리 있는 자”에게 환부하여야 합니다. 대법원도 피해자에게 환부할 이유가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면 검사는 피압수자나 제출인 이외의 사람에게 압수물을 환부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원칙적으로 귀하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이 맞고, 제3자인 변호인에게 곧바로 지급하는 것은 엄격한 요건을 갖춘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검찰압수물사무규칙은 이 점을 구체화하여 압수금이나 환가대금을 환부할 때에는 피환부인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리인이 수령하는 경우에
이 사건은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트니스 콘텐츠 유튜버 A와, 유사한 콘셉트의 숏폼 영상을 제작하던 또 다른 크리에이터 B 사이에서 시작된 분쟁이었다. 한쪽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며 법률적 대응에 나섰다. 저작권 사건은 겉보기 인상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침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창작의 핵심 표현을 가져갔다면 일부만 바꾸었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법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보호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보호 대상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이지 주제나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다시 말해 ‘다이어트’, ‘마트에서 장보기’, ‘운동 루틴’, ‘몸 상태 점검’ 같은 큰 틀의 기획이나 장르적 문법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논하기 어렵다. 무엇이 구체적으로 창작된 표현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이용되었는지가 저작권 분쟁의 핵심이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문제로 지적된 요소는 특정 멘트,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 신체를 강조하는 연출 등이었다. 이는 A유
Q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죄명이 적용되려면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1.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효민 이승환 변호사입니다. 말씀하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은 형법 등에 규정된 특정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입니다. 특정범죄가중법은 제5조의4에서 ‘상습 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질문과 관련 있는 절도죄 부분에 한정하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절도(형법 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형법 제330조),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중 어느 하나의 범죄(미수범을 포함하고, 이하 같습니다)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① 5명 이상이 공동하여 상습적으로 위 범죄를 저지른 경우, ② 위 범죄사실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③ 상습적으로 위 범죄사실이나 ①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적으로 위 범죄를 범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가
<더시사법률>은 서울 강남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이자 서울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 변상해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용자들은 변 회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한 뒤 다문화 청소년 교육에 참여하다 교정 봉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교도소 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형수와 장기수 등을 대상으로 600회 이상의 심리 상담을 진행해 왔다. 변 회장은 교도소가 단순한 구금 시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용자는 결국 사회로 돌아갈 사람”이라며 “한 사람이 교화돼 공동체로 복귀할 때 사회 전체의 범죄 예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이 20년 넘게 교정 현장에 헌신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변상해 회장과의 일문일답. Q. 20년 넘게 교정 분야와 인연을 이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A. 교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청소년 보호 활동을 하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약 26년 전 한국청소년보호재단을 설립해 부모를 여의거나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과 교육을
Q. 검사의 부대항소가 제기되면, 피고인이 항소를 취하할 경우 부대항소도 함께 소멸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피고인 입장에서 항소 취하가 유리한 경우는 어떤 상황인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구치소 상담 현장에서 많은 분이 “검사가 부대항소를 걸어왔는데, 제가 항소를 취하하면 같이 없어지나요?”라고 묻습니다. 이번에는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에 직면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실무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1. ‘검사의 부대항소’라는 흔한 오해 바로잡기가장 먼저 ‘부대항소’라는 용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상대방의 항소에 ‘편승’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덧붙이는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 제도가 있습니다. 이는 주된 항소가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효력을 잃는, 말 그대로 ‘종속적인’ 불복 방법입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민사소송과 같은 부대항소 제도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무상 ‘검사의 부대항소’라 불리는 것은 대부분 ‘검사가 항소기간 내에 독립적으로 제기한 항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항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검사가 제기한 독립적인 항소까지 저절로 사라
Q1. 안녕하세요. 상고를 포기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재심 신청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선고받은 형량 중 마약 판매 혐의에 대해 이의가 있습니다. 저는 마약을 판매한 사실이 없고, 저에게서 마약을 구매했다고 진술했던 사람도 현재 진술을 번복하여 ‘마약을 구매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확인서를 확보하여 재심 신청을 할 경우 재심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 확인서가 재심 사유로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1.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효민 이승환 변호사입니다. 이하의 답변은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적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다시 심리할 수 있도록 재심 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는 판결 확정 이후에도 실체적 진실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비상 구제 절차입니다. 질문자님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단지 판결을 확정시키는 효과만을 가질 뿐, 재심청구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항소나 상고를 포기했거나 상소심까지 모두 진행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경합범’과 관련된 복잡한 쟁점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 여러 사건에 동시에 연루된 경우, 반드시 한 번의 재판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별도로 기소되어 여러 차례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은데요. 이러한 경우가 한 번에 재판을 받는 경우에 비해 과도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에서는 일정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을 통해 현재 처한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Q1. 변호사님, 저는 현재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형량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주변에서는 ‘전단 경합범’, ‘후단 경합범’을 확인해 보라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1. 최대한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만약 질문자께서 여러 개의 범죄행위에 대해 동시에 재판을 받으신다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동시적 경합범)이라고 하고,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하여 그중 일부에 대하여 이미 확정판결을 받으신 것이 있다면 나머지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사후적 경합
<더시사법률>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을 지낸 이 의원은 30년간 검찰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며 수사·기소 분리와 교정행정 개편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치검찰의 권한 남용 문제를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제도적 견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과 교정행정 구조 개편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성윤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검사로 재직하시다 정치에 입문하셨습니다. 검찰에서의 경험이 정치 참여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A. 검사로 근무하면서 검찰 조직 문화, 이른바 폭탄주 등 잘못된 관행과는 거리를 두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야생화를 보러 다니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30년 동안 전국을 돌며 여러 사건을 맡았는데,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억울한 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이 수사의 출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다소 거친 수사 방식과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몸 사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혹시라도 법왜곡죄로 고발당할까 봐 조금이라도 재량이 필요한 판단은 피한다는 것이다. 2026년 3월 12일,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법왜곡죄’가 신설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0명에 가까운 법관과 검사가 고발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하는 사법권력의 남용을 막겠다는 숭고한 취지가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왜곡죄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관이나 검사가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러한 제도적 통제 장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왜곡죄는 사법권 독립이라는 원칙이 사법기관의 ‘권력 남용’을 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정의로운 칼이 현실에서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법왜곡죄라는 칼날의 위협은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