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금융거래 정보와 개인정보를 다른 사건에 증거로 제출한 변호사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 사건에서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임금 소송에서 피고 측 대리인을 맡아 소송을 수행하던 중, 상대방이 제출한 금융거래 정보와 소득자료를 확인했다. 이후 동일한 사실관계를 공유하는 다른 사건에서 해당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문서송부촉탁 없이 취득·활용된 금융정보와 개인정보를 다른 사건에 제출한 행위는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되지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형을 선고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원심은 해당 정보가 본래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취득하기 어려운 자료라는 점에 주목했다.
변호사로서 제출명령이나 문서송부촉탁 없이 금융거래 정보 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동일 자료를 다시 신청해 확보할 수 있는 절차도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절차 없이 다른 사건에 제출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상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외부 유출이 없고 재판 증거 제출 목적으로만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금융실명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씨와 C씨가 제기한 임금 소송은 동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주요 쟁점과 사실관계, 제출 증거가 사실상 중복되는 구조였고, 피고 역시 동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정당한 소송 수행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나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 등과 같이 사생활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확보한 금융정보나 개인정보를 다른 사건에 제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소송상 입증이나 방어권 행사라는 정당한 목적 아래 이뤄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