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이’ 아직 많다...아동학대 가해자 77% 친부모

피해자 중 6세 이하 영유아 약 80%
사망 사건 반복에 제도 개선 목소리 커져

 

부모의 학대로 인한 영유아 사망 사건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생후 4개월 영아 ‘해든이’ 사망 사건 이후 엄벌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아동학대 치사 및 살해로 숨진 아동은 총 96명이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6만3575건이며, 이 가운데 신체 학대가 3만8937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대부분 친부모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같은 기간 전체 가해자 1만5740명 중 친부모는 1만2110명에 달했다. 계부모·양부모 가해자도 각각 432명과 17명이었다.

 

특히 학대로 사망한 피해자 약 70%가 6세 이하 영유아였으며, 전체 학대의 약 83%가 가정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는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기 어렵고, 학대를 당해도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망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실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서는 친부가 생후 42일 된 아들을 폭행해 살해한 뒤 야산에 유기했다. 숨진 아들은 머리를 강하게 맞고 눈이 돌아가는 등 뇌부종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0월 전남 여수에서는 친모가 생후 4개월 영아 ‘해든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하고 욕조에 방치했다.

 

피해 아동은 뇌출혈과 23곳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숨졌다. 일부 학대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커졌고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5500여 건 접수됐다.

 

또 오늘(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밤 의정부시 소재 한 병원에서 "3살 아이가 실려 왔는데 폭행 당한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이송된 A군은 뇌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군 아버지 B씨는 지난해 겨울에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모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처럼 가정 내 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현장 대응 체계는 운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의심 신고 접수 시 현장 출동과 조사, 응급 분리 조치, 보호시설 연계 등을 담당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가 도입됐으나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심 신고 50건당 담당 인력 1명 배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종의 경우 2024년 신고 318건에 4명이 배치돼 1인당 79.5건을 맡았다. △대전 72.7건 △경기 68.5건 △제주 64.9건 △충북 61.7건 △인천 57.6건 △서울 57.1건 △울산 54.6건 등 타 지역도 기준을 초과했다.

 

현장에서는 통계보다 더 많은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력 배치는 전년도 기준을 따르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해당 부서는 인력 부족과 높은 업무 강도로 기피 대상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사건 특성상 심리적 부담이 크고 업무 강도가 높아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 강화와 사후 추모만으로는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학대 관리 인력의 근무 환경 개선과 가정 내 고립 구조를 완화할 현장 중심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5일 시작된 ‘아동학대 처벌 강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참여자가 8만명을 넘어서며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