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하고 다수 피해자를 낳은 사건의 피고인이 첫 재판에서 살해 의도를 전면 부인했다. 법정에서는 ‘고의’ 인정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살인 및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소영(20)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소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남성들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이 섞인 음료를 건네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명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와 별도로 추가 피해자 3명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약물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소영은 황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착용 이유를 묻자 별다른 사유는 없다고 답했고, 진술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시에 따라 곧바로 이를 벗었다.
피고인 측은 음료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과 특수상해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잠들 것이라 생각했을 뿐 사망이나 상해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약물 투여 행위와 사망 결과 사이의 고의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약물을 투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망과 상해에 대한 고의는 부인하고 있다”며 “고의는 내심의 영역이어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황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 동안 유사한 범행이 반복된 점에서 행위 당시 인식의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검찰에 관련 입증을 요구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만나게 된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약물 투여 행위가 사망 결과에 대한 인식과 용인으로 이어졌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통상 행위자가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약물의 위험성, 투여량과 반복 여부, 피해자 상태 악화에 대한 인식, 구호조치 여부 등이 주요 판단 자료로 고려된다.
유사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왔다. 약물을 반복 투여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는 약물의 위험성과 투여 횟수, 피해자 상태 악화, 구호조치 부재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 바 있다.
약물이 치사량에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나 사망 원인이 직접적 중독이 아니라는 항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여러 약물을 혼합해 투여한 사건에서는 사망을 직접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상해치사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약물의 종류와 투여량, 범행의 반복 여부, 피해자 상태 변화에 대한 인식, 이후 추가 행위와 구호조치 여부 등이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피고인 측은 일부 피해자 진술조서와 수사보고서에 대해 증거 동의를 거부했다. 김소영은 별도의 발언 기회를 묻는 질문에 짧게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피해자 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다음 공판은 5월 7일 증인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망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약물 준비 과정과 투여량 증가 정황 등을 보면 단순한 미필적 고의를 넘어 명확한 살인의 의도가 인정된다”며 “재판을 통해 그 부분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