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교정 현장을 지켜온 장선숙 교도관은 스스로를 “수용자를 끝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학과 직업학을 공부하며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돕고, 때로는 교도관 조직의 직무 환경까지 연구해 온 그는 교정을 “쉽게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오래 견디는 일”, 즉 ‘짝사랑’에 비유한다. 재범의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오늘도 한 사람의 삶을 붙잡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장 교도관에게 교정의 의미와 수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재직 중 방송대에서 법학을 공부하셨고 이후에는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직업학 박사까지 취득하셨습니다. 교도관으로서 수용자·출소자에게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린 나이에 교도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 다양한 환경의 수용자를 마주해야 했지만, 사건이나 소송 절차를 궁금해하는 수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기 어려운 현실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금처럼 법률구조공단이나 국선변호인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라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사회복귀 업무가 본격화되던 시기에는 보다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업학 박사 과정까지 이어가게 됐습니다.
2015년 교정대상을 받은 뒤에는 ‘교도관을 위한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교도관과 수용자는 하루 대부분을 함께 지내기 때문에 교도관이 지치지 않고 안정돼 있을 때 그 분위기가 수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경험했습니다.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교도관의 직업 정체성, 직무 환경, 퇴직 준비 등을 박사 과정에서 연구하며 현장의 고민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Q. 귀휴나 가석방 심사에서는 담당 교도관의 평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수용자의 변화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기준으로 의견을 내십니까?
A. 교도관은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수용자의 생활과 변화를 지켜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도관을 ‘오랫동안 지켜봐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화성에서는 장기수 대상 ‘만남의 집’ 업무를 맡았고, 희망센터에서는 “이 사람은 노력하고 있다. 가석방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분류과에 전달한 경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담당 교도관의 판단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수용자를 지켜본 사람이 그 수용자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Q. 30년 넘게 교정 현장에서 수많은 수용자를 만나오셨습니다. 수용자의 ‘변화’와 ‘재범’ 문제를 어떻게 느끼시나요?
A. 재범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랜 생활 습관, 왜곡된 욕구 충족 방식, 낮은 자존감, 정서적 결핍 등이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 문제입니다.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으면 잠시 좋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늘 실감합니다. 그만큼 교정의 과정은 길고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Q. 교도관님의 일을 ‘짝사랑’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렇게 표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교정 업무는 늘 많이 주지만 그만큼 돌려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수용자들에게 아무리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해도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하죠.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제 역할이 마치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짝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변화의 씨앗이 싹터서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Q. 이번에 “왜 하필 교도관이야” 개정판을 내셨습니다. 처음 책을 내실 때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첫 책을 낸 뒤 그 안의 인물들이 몇 년 뒤 재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함이 컸습니다. 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도 ‘지금은 이야기할 힘이 없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솔직하게 제 마음을 털어놓으며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가 박준영 변호사님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범준이’, ‘미진이’, ‘민채’ 같은 아이들 때문입니다. 환경도 기회도 부족했지만 스스로 노력해 삶을 바꿔낸 사례들이 제게 버틸 힘이 되었거든요. 특히 민채가 “제가 가장 많이 변한 때는 계장님과 감사 일기를 쓸 때였다”라고 말했을 때, 누군가를 진심으로 오래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습니다.
사실 책을 쓸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어디까지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수용자도, 교도관도, 외부 독자도 읽는 책이기 때문에 ‘이건 써도 되나’, ‘여기까지 드러내야 하나’, ‘이건 쓰지 말아야 하나’ 같은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이후에 생각이 조금 달라져서 더 늦기 전에 글을 다듬고, 추가하고 싶은 부분, 등장인물들의 긍정 또는 부정으로 변화된 모습과 목소리를 키우고 싶은 부분을 반영하여 개정판을 낸 것입니다.
처음에는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교정 이야기는 워낙 어렵고, 내부에서 외부 공개를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었으니까요. 법적으로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지만, 혹시라도 유·무형의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 나름의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응원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번 개정판은 ‘지금의 제 목소리로, 조금 더 자신 있게’ 쓰고 싶었습니다. 예전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개정판 첫 장에 “지금의 온기가 더 이상 식지 않기를”이라고 적었고, 제 온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Q. 앞으로 교정이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시나요? 또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계신 활동도 궁금합니다.
A. 저는 늘 ‘교정에서 내가 받은 선물을 어떻게 교정에 다시 보답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퇴직 후에도 교정을 완전히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출소 후 도움이 필요하지만 쉽게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 돕고 싶습니다. 최근 마약 사건이 늘면서 예방·중독 상담의 중요성을 크게 느껴 관련 공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교정본부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용자뿐 아니라 현직 교도관들의 정신 건강과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도 많이 도입되고 있어요. 저는 이런 시도가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주에도 통영에서 진행된 직무 스트레스 과정을 일부러 듣고 왔는데, 이런 변화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실제로 줄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시스템들이 계속 확장되고 자리 잡아 교정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린다면, 교도관도 수용자도 조금 더 건강한 환경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수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수용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슬기로운 수용 생활’을 하자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교도소에 오면 요구만 할 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자기 성찰을 강조합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차근히 되짚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도소가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설계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용자들이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실천 중 몇 가지는 책 읽기와 글쓰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밖에서는 책 한 권도 못 읽었는데 여기 와서 처음 읽어봤다”라고 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반성문이나 편지를 직접 써보면 문장력이 늘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수용자들이 부담 없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꿈틀꿈틀 마음여행” 같은 책도 출간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제가 ‘감마칭 일기’라고 부르는 일상의 글쓰기 습관입니다. 감사 일기, 마음(감정) 일기, 자기 칭찬 일기를 쓰는 거죠. 사람은 기록하면 실천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수용자들에게 일상의 글쓰기, ‘감마칭 일기’를 꾸준히 권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쌓여 생각이 건전하게 바뀌고, 긍정적인 정서가 자리 잡습니다. 잘못을 정확히 인식하고, 좋은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며, 매일 마음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 수용자라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쓰임 받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