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인 마약 총책의 범행을 도운 90대 노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가족 간 금전 거래라 하더라도 자금이 범죄수익일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형사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위은숙 판사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90·여)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3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9차례에 걸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로부터 약 3억8642만원을 전달받은 뒤, 아들인 60대 B씨가 지정한 계좌로 송금해 자금 세탁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당 자금이 마약 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수수·전달했다”며 “마약 범죄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여러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아들의 현지 체포 사실도 통보받은 점 등을 근거로 “범죄 연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으며 아들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마약거래방지법 제7조는 마약류 범죄와 관련된 불법수익의 출처에 관한 수사를 방해하거나 몰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해당 수익의 성질·소재·출처 또는 귀속 관계를 숨기거나 가장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범행을 목적으로 사전에 준비하거나 공모한 경우에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사 사건에서도 범죄수익에 대한 인식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2022년 청주지방법원은 마약류 밀반입 총책의 아들이 자신의 계좌 자금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하고 모친 명의 계정까지 개설해 가상자산을 분산 이체하는 데 관여한 사실을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사라김’ 김모씨 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김씨의 아들은 2021년 3월 아버지 지시에 따라 운송비 39만원을 무통장 송금했다.
이후 해당 우편물에서는 시가 5412만2500원 상당의 액상 필로폰 808.96g이 발견됐지만, 법원은 범행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자금 전달이나 계좌 제공이 단순한 가족 간 도움처럼 보이더라도 해당 자금이 범죄수익일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며 “마약 범죄는 조직적 특성이 강해 자금 흐름에 관여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범죄수익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가족의 요청이라도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개입을 자제하고, 감정적 판단보다 법적 위험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