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있는 교도소 운동장에서 특정 수감자를 가리키며 “아동 성범죄자다”라고 말한 수감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았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언급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김보현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수감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10월 11일 오후 1시 15분께 의정부교도소 운동장에서 여러 수용자가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 D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 작고 무릎 보호대를 한 사람이 13세 미만 아동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킨 성범죄자”라는 취지로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운동장에는 B씨와 C씨 등 약 13~14명의 수용자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에서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A씨는 피해자를 다시 가리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의 쟁점은 피해자 특정성과 명예훼손의 고의 여부였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이름이나 수용번호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수용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발언이 나온 것이어서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 작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사람’이라고 설명했고 주변 수용자들이 발언 대상이 피해자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특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먼저 ‘우리 방에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발언을 시작했다”며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에 대한 성범죄 관련 발언을 꺼낸 뒤 추가 설명을 한 것이므로 단순한 확인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형법 제310조에 따라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사람이 있는 운동장에서 먼저 피해자를 성범죄자로 지목해 발언했고 그 내용 역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였다”며 “이 사건 발언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약식명령 이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고 발언의 내용과 경위 등을 고려할 때 벌금 100만원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